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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Oct 27. 2022

22년 10월 26일 밖에서 놀아야 하는 날씨

25개월 19일

녹초가 되어 거실 한가운데 드러누웠다. 이번 달엔 일기가 몇 개 없어서 남은 5일이라도 열심히 써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나랑 한 약속이니 내가 안다.


우주가 그토록 염원하던 9:30 취침을 달성했다. 어제 밤새 뒤척이더니 새벽 다섯 시에 깨서 우유 한 잔 드링킹 하고 아침 9시가 넘도록 잤다. 오늘도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이나 재워보려 했지만 낮잠을 패스한 그는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고 또 잘 놀다가 옆에 누워서 별 말도 없이 스르륵 잠들었다. 올레.


산더미처럼 쌓인 이틀의 설거지를 해치웠다. 정확히 한 시간이 걸렸다. 이사 가면 이 짓도 끝이다. 식세기가 있으니! 이렇게 한 시간 동안 설거지를 하고 나면 발목과 무릎과 손목과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리다. 씻어야 하고 내일 아침을 만들어야 하지만... 못 하겠다. 그냥 잘란다. 내일의 나에게 맡겨야지.


매일 자던 시간에 안 자겠다고 버티는 우주를 데리고 오랜만에 놀이터에 나갔다. 오랜만이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아는 건지 모르겠지만 우주는 놀이터의 계단을 오르며 이 계단 오랜만이라고 했다. 놀이터마다 꼭 가게 같은 곳이 있는데 거기에 서서 ‘사장님~ 빵 주세요!’ 하길래 나뭇잎을 주워다가 빵집 놀이도 했다. 또래 누나가 그네 타는 모습을 보고는 본인도 탄다고 하고.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실에 가서 주차장을 한 번 확인하고 다시 올라오는 것도 즐거워했다. 그렇게 단지 내의 두 놀이터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오늘 처음으로 공인중개사에서 집 보러 온다고 연락이 왔다. 어제 오셨으면 좋았을 것을... 청소기 돌린 날은 그나마 집이 봐줄 만 한데. 어젯밤 다시 생 난리를 피워놓은 집을 다시 치울 시간이 없어서 그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나마 우주를 설득해 놀이터에서 얼른 돌아와 목욕시키고 잠깐 사이에 너무 치명적인 부분들은 조금씩 손을 봤다. 가스레인지 상판, 화장대, 욕실 젠다이같이 너저분함의 끝을 달리고 있는 곳들 말이다. 거실의 장난감이야 애가 있어 그렇겠거니 할 수 있으니까 포기했다. 쌓인 설거지도 깔끔하게 다시 쌓았다. 이사 간다는 게 점점 실감이 난다. 기왕이면 좋은 분들이 들어오셨으면 좋겠다.


와 많이 썼다. 이제 양치하고 진짜루 자자. 고생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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