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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Nov 20. 2022

22년 11월 19일 따뜻

26개월 13일

온몸을 두드려 맞은 듯이 쑤시고 아프고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오늘 동생이 결혼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를 보내고 나니 사람들이 왜 큰일을 치르고 나서 뒤풀이로 마무리하는지 알 것 같다. 반나절에 담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과 너무 커다란 기쁨을 나눴다. 그래서 자꾸 이야기하고 싶고 이대로 그냥 지나가기가 너무 아쉽고 그렇다.


우리 부부가 연애를 시작했던 해에 동생네도 만남을 시작했다. 그러니 연애 기간만 따지면 우리보다 훨씬 긴 시간을 보냈다. 그간에 연하인 제부는 군대도 다녀오고 호주 워킹에 다녀오겠다고 했다가 번복하면서 많이 싸우기도 하고 동생은 가게를 열어 이제 5년 차가 되었고 헤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결혼이 정말 가능할까 생각했던 날도 많았는데. 이제 제부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고 동생도 훨씬 부드럽고 편안한 사람으로 거듭났다.


동생이 이제 서른이니 결혼하기 이른 나이도 아닌데 마냥 동생이라 그런지 벌써 가나 싶다. 나도 이런데 엄마, 아빠는 오죽할까. 내 결혼식에서는 보이지 않던 아빠의 눈물을 보았다. 막내가 결혼하니 시원하기도 하면서 슬프기도 했던 모양이다. 다 키워서 보낸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마음 한 켠이 시릴 것 같다.


그래도 아빠에게 든든한 사위가 둘이나 생겨서 왼팔 오른팔처럼 데리고 셋이서 축가를 불렀다. 나도 우리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난 게 실감이 났다. 직계가족사진에 제부가 있으니 꽉 찼다. 2년 새 우리 가족이 일곱으로 늘다니. 원래도 우리 식구 여행에 늘 함께 하긴 했지만 이제부터는 느낌이 좀 다를 것 같기도 하다. 식구가 아닌데 따라와서 불편한 건 없는지 계속 살펴보지 않아도 되니까. 모든 게 더 자연스러울 거다.


넘치게 행복한 날이었다. 기쁨을 나누러 달려와 준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사람들의 미소가 동생과 제부의 마음에 따뜻하게 스며들었길. 오늘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힘차게 살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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