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문 Nov 23. 2022

22년 11월 22일 비 내림

26개월 15일

반음을 오고 가는 이명이 오랜만에 들린다. 생각해 보니 엄마 집에 있을 때만 들어봤다. 엄마 집은 우리 집보다 넓어서 밤엔 적막하니 더 잘 들리는 건가? 엄청 거슬린다. 우주는 어렵게 잠들었다. 깨진 패턴을 맞추려고 일찍부터 준비해서 10시에 잠들도록 한 것까지 성공이었는데 이 앓이는 그마저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예상하건대 오늘, 내일이 절정일 것 같다.


자려고 누워서 울상을 하며 마스크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걸 쓰고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끙끙 앓는 소리와 뒤척임을 쉬지 않더니 점점 앓는 소리가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해열진통제가 생각났다. 심하게 이앓이 하는 날은 정량의 반을 먹이면 약간의 진통과 진정 효과가 있어서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약 찬스를 써야 하는 날이 단 하루라면 그게 바로 오늘이라는 판단이 섰다.


미안함은 일단 뒤로 미루고 엄마에게 야간에도 여는 약국에서 약을 사다 달라 부탁했다. 우주의 오열에 깬 아빠도 동참했다. 그 사이에 안고 달래다가 우주가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으로 환기시켜주었다. 약이 도착하자마자 얼른 먹였다. 그리고 일어난 김에 가득 찬 코도 얼른 제거해 줬다. 코 빼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은 우주는 온몸을 버팅기며 거부하고 다 빼고 나서는 지쳐버렸다. 약효가 들 때까지 끙끙 앓다가 이내 곤히 잠들었다. 아까 잇몸을 마사지해주려고 손을 입에 넣어 만져보니 안에 들어있는 어금니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그렇게 큰 게 뚫고 나오려니 얼마나 아플까. 부디 푹 잤으면 좋겠다.


낮에는 전주에 다녀왔다. 전주 IC와 가까이에 사는 친구 집까지 딱 1시간 거리였다. 초행길에 먼지인지 안개인지 모를 뿌연 공기 때문에 더 긴장이 됐다. 우주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만나고는 한참 못 만났는데 그냥 어제 본 것 같았다. 친구 아들도 나랑 우주를 너무 좋아해 줘서 행복했다. 마라탕도 진짜 맛있었다. 먹어본 것 중에 최고였다. 우주가 온다고 우주 식사까지 챙겨줬다. 세 시간 정도, 짧고 굵게 놀다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우주가 잠들어 조용하기도 하고 한 번 다녀간 길이라 그런지 아니면 집으로 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덜 긴장되어서 겨울이 되어가는 풍경을 간간이 눈에 담았다. 아름다웠다.


이제까지는 블로그를 소통하는데 쓰지 않았다. 방법도 잘 모르겠고 내가 타인과 소통할 수 있을만한 무언가를 가졌는지도 알 수 없어서 그랬다. 그래도 매일 들락날락하며 이 세계에 좀 더 들어와 지내보니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디어는 몇 개 떠올랐는데, 부지런히 실현해 봐야지. 오늘도 수고 많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22년 11월 21일 여전히 따뜻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