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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Dec 02. 2022

22년 12월 1일 겨울 냄새

26개월 25일

식욕 대폭발의 시기다. 내 월경전 증후군의 대표 증상이다. 참고 참다가 12시에 물을 끓여서 멸치 국수 컵라면을 익혔다. 아, 너무 맛있다. 요 며칠 돌아서면 배가 고파서 자꾸 먹었더니 덩치가 커지고 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먹는 것까지 참아볼 인내심의 자리가 없다. 먹고 행복해야지. 맥주도 따고 싶은데 고민하다 시간만 다 갔다. 200미리짜리 칭따오가 딱이었는데. 사둬야겠다.


대전에서 돌아온 후 오늘까지 우주는 나흘 밤 모두 새벽마다 깨서 울며 우리 방으로 달려왔다. 우유 한 잔을 먹고 잠들면 평소보다 훨씬 늦은 아침을 시작했다. 어제는 아예 잠이 많이 깨서 놀겠다고 하는 걸 거실에서 달래서 재웠고 오늘은 7시쯤 일어나긴 했지만 너무 늦게 자는 바람에 밤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또 우유 먹고 다시 잠들었다. 나도 곁에 누워 눈을 붙였다. 우주가 떠드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10시 8분이었다. 맙소사.


우주가 딱히 먹을 것을 찾지 않아서 얼른 옷을 갈아입고 우주도 옷을 입혀서 이케아로 향했다. 우리 둘 다 뚱뚱하고 기다란 패딩을 챙겨 입었다. 밖에는 겨울 냄새가 났다. 오랜만에 이케아에 간다고 한껏 들뜬 우주는 배 고프지 않냐는 질문에 안 고프다고 계속 대답하더니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면을 사달라고 외쳤다. 우주는 까르보나라, 나는 등심 돈가스를 먹었다. 내 최애 메뉴다. 밥을 먹으니 눈이 떠지는 것 같았다. 돈가스 사이사이에 커피도 곁들였다. 완벽한 식사였다.


잠을 많이도 잔 것 같은데 계속 피곤해하는 우주와 이케아를 야무지게 돌았다. 사려고 했던 트래블 파우치는 오늘 입고라고 했는데 저녁에나 들어오는 건지 결국 사 오지 못했다. 동생 사주고 싶었던 식기 건조매트랑 친한 언니가 부탁한 충전 케이블, 그리고 잔잔바리로 장바구니, 아이스크림 틀, 1+1 하던 지퍼백 까지. 계산하러 내려갔다가 우주 눈치 좀 보고 시간을 더 써도 될 것 같아서 다시 쇼룸으로 올라갔다.


이사 가면 새로 들일 가구를 하나하나 다시 보고 사이즈도 사진으로 찍었다. 아직 고민되는 장난감 선반도 웹으로 볼 때는 느낌이 안 왔는데 실제로 보니 후보 중에 탈락시킬 제품도 있었고 또 새로 눈에 들어오는 제품도 있었다. 나는 뭐든 느낌으로 판단하고 후딱 구매하는 편이라 물건을 쓰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번엔 그런 식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애초에 칼 같이 재고 따지는 건 못하니까 이렇게 자주 와서 들여다보고 또 보고 또다시 생각하면 덜 실수할 것 같다.


우주랑 계산까지 마치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과자도 같이 먹고 싶다고 해서 위로 올라온 아이스크림은 내가 거의 다 먹었다. 입에 잔뜩 묻혀가며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웃기고 귀여웠다. 우주의 세상에 극강의 달콤함이 추가되는 순간이다. 다 먹고 우주가 좋아하는 P3층에 올라갔다. 주중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다. 오늘은 심지어 에스컬레이터도 운행 중지였다. 깜깜한 주차장 3층 로비에서 한참 놀다가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우주는 신나서 종알종알 떠들었다. 혹시 잠들지 않을까 했는데 집까지 아주 쌩쌩하게 왔다. 그래서 오늘은 좀 일찍 재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분명히 초저녁부터 졸음이 가득했는데 이상하게 또 잠을 격하게 거부했다. 버티고 또 버티고, 없던 텐션도 다시 살려내고 쥐어짜서 놀다가 기절하기 직전이 돼서야 침대에 누웠다. 10시 40분에 잠들었다. 후.


내일은 동생 빵집에서 올해 나올 크리스마스 케이크 촬영을 위해 대전에 간다. 기차로 떠나는 여정이다. 설렌다. 기차표가 별로 없어서 이른 시간의 표를 구했는데. 우리는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문명특급 보면서 일기 쓰고 있었는데 너무 웃겨서 몰입했더니 두 시가 다 되어간다. 인제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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