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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Dec 08. 2022

22년 12월 8일  바람 부는 겨울

27개월 1일

오늘의 육퇴는 8시 30분. 우주 덕분에 여유 있게 야식으로 도넛도 먹고 설거지도 하고 최강 야구도 보고 열두 시가 되기 전에 일기도 쓰고 있다. 점심때 언니네 집에 놀러 갔는데 우주는 거기만 가면 꼭 잠을 안 자려고 한다. 그러다 초저녁에 잠들면 두 시간 자고 개운하게 깨버리기 때문에 8시가 될 때까지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 버티고 또 버텼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금세 잠이 들었다.


아침으로 삶은 계란을 넣은 간장계란버터밥을 먹었다. 지하주차장 바닥 공사 구역에 주차를 해놓는 바람에 아침부터 울리는 이동 주차 방송이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안 그래도 초조한데 회사에 있는 서방구로 부터 전화도 왔다. 관리실에서 문자가 왔다고. 후다닥 준비를 마치고 예상보다 일찍 외출했다. 나오기 전에 우주 양치시키다가 보니 아직 아래 어금니가 반 밖에 나와있지 않았다. 그리고 윗니도 나오려고 하얗게 준비 중이었다. 다시 시작이로구나.


언니네 가기 전까지 시간이 떠서 백화점에 갔다. 바람 부는 겨울에 시간 때우기는 백화점이 딱이다. 로비의 엘베와 에스컬레이터를 몇 번이고 타고 또 탔다. 충분히 만족했을 때쯤 시간도 다 되어 언니네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강아지 두부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겁 많은 우주는 잔뜩 흥분한 두부를 무서워했다. 작은 강아지라 위협적이진 않은데도 자기에게 달려드니 계속 피하고 안아달라고 했다.


장난감 천국에서 우주는 이것저것 새로운 장난감을 꺼내보며 행복해했다. 이제는 우주가 장난감 방에 가서 놀면 옆에 앉아 감시하지 않아도 된다. 많이 컸다. 누나들이랑 놀 때도 제법 대화다운 대화를 하면서 놀았다. 우주가 하는 말을 찬찬히 듣고 알아들어주고 대답해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조잘조잘 같이 떠드는 소리가 참 예뻤다. 잘 어울려 노는 걸 보면 내년엔 어린이집 가도 될 것 같다.


언니랑 종일 떠들었다. 시댁 욕도 하고 둘째를 어쩌면 좋을지 회의도 하고. 다이어트와 바지 사이즈 얘기를 하다가 빅 사이즈 쇼핑몰 소개도 받았다. 소파 깊이가 얼마나 되는 걸로 사면 좋을지 대충 견적도 내봤다. 리클라이너는 일단 안 되겠다. 집이 너무 좁아진다. 거실장도 작게 놓으려고 했는데 최대한 아무것도 안 놓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매트 시공 업체도 괜찮은 곳으로 소개받았다. 언니라는 존재는 참으로 좋다.


집에서 설거지하다 주방을 보니 이번 주 내내 요리를 쉬고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쉴 때 바짝 쉬고 다음 주부터 심기일전해야지. 행복한 연말이다. 일기를 다 썼는데도 12시 되기 6분 전이다! 푹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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