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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Dec 13. 2022

22년 12월 12일 발이 깨질 뻔

27개월 5일

침대 커버 위에 깔린 이불을 바꿨다. 닿았을 때 시원한 소재로 된 것을 여적지 깔고 잤다. 커버란 커버는 죄다 빨아서 건조시키고 따뜻한 소재의 베드 스프레드를 깔았다. 따뜻하다. 이불속에 들어오자마자 온기가 채워진다. 서방구는 송년회에서 마신 술 냄새를 폴폴 풍기며 자고 있다. 이불 커버 좀 씌워달라고 투정 부리길래 오기 전에 다 했는데 취해서 아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송년회 좀 부럽다.


우주가 많이 컸다. 금요일에 하남 사는 언니네랑 같이 타요 키즈카페에 갔었는데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시도 때도 없이 타요 카페에 가자고 오늘까지 말했다. 내일도 말하겠지. 키즈카페에 있던 전동 엘리베이터가 달린 차고지 장난감이 좋았다고 하길래 갖고 싶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서방구는 우주가 뭘 사달라고 말한 게 처음이라며 일요일 아침, 마트 문 열기 무섭게 우주랑 둘이 나가서 그 장난감을 사 왔다.


엘리베이터를 원 없이 올리고 내리며 즐거워하면서도 계속 타요 카페에 가고 싶다고 했다. 뭐가 또 재밌었냐고 물었는데 물고기 열 마리 잡고 비타민 받은 게 재밌었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투명한 통에 낚시터를 만들어 주고 물고기 열 마리 잡으면 뽀로로 비타민을 주겠다고 했다. 마음이 급한 우주는 두 마리 잡고선 나더러 나머지를 잡아달라고 했다. 웃긴 놈이다. 그래도 타요 카페에 가고 싶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일은 다녀와야겠다.


요새는 제 때에 침대에 누워 낮잠 잔 기억이 없다. 오전에 외출하면 좀 수월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침 먹고 놀이터에 다녀왔다. 털모자와 벙어리장갑,

패딩에 기모 바지까지 완전 무장시켰다. 그래 놓고 나는 반스 슬립온을 신어서 발이 깨질 뻔했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둘이 신나게 놀았다.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은 절대로 혼자 타고 내려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미끄럼틀에 앉더니 우주 혼자 타겠다며 슝 내려갔다. 즐거워 보였다. 꽤 높은 미끄럼틀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9, 10월에는 우주를 데리고 피트니스에 다녀왔었는데 우주가 그 생각이 났는지 엄마 운동하는 곳에 가자고 했다. 이번 달은 신청하지 않아서 들어갈 수 없다고 하니 문 앞에 서서 아쉬워했다. 다음 달엔 신청해서 한 번이라도 같이 다녀와야겠다. 이 아파트에서의 마지막 달이 될 테니. 이제 천천히 우주랑 같이 이곳의 모든 것에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꽤 많이 먹고 좀 칭얼대긴 했지만 그래도 낮잠 들기에 성공했다. 추위에 덜덜 떨다 들어온 나도 우주와 동시에 기절했다가 용케 일어나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면서 빵집 크리스마스 케이크 포스터를 만들었다. 낮잠 시간 동안 만든 건 너무 맘에 안 들었다. 오랜만에 디자인하려니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좀 전에 완성한 건 맘에 든다. 동생도 좋아했으면 좋겠다.


저녁으로 맛있는 가자미조림을 만들었다. 우주도 나도 잘 먹었지만 금세 배가 꺼져서 아까 라면도 하나 끓여 먹었다. 내일 아침 거리까지 만들어두고 자려고 했는데 실패다. 너무 피곤하다. 타요 카페에서 타요 노래가 계속 나와서 좋았다는 우주 말에 오늘 타요 노래를 메들리로 들었더니 귀에서 노래가 자동 재생된다. 꿈에도 나오겠다. 고단한 하루였다. 잘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짧고 굵게 푹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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