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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Jan 04. 2023

23년 1월 3일

27개월 27일

일기를 한참 못썼다. 그사이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다. 그저 해와 달이 뜨고 졌을 뿐인데. 내 인생은 달라진 것 없이 새해를 맞이했다. 만 나이 쓰자던 정책이 쓸데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지 않는 연초가 왠지 반갑다. 서방구가 이제는 새해 챙기는 게 감흥이 없다고 말할 때마다 노인이냐며 다그쳤는데. 사실은 나도 그렇다. 그 마음 들키지 않으려고 어제부터 서방구의 아침거리를 챙기기 시작했다. 올해는 출근하는 가장, 아침 좀 줘 보자.


이사가 얼마 남지 않아서 머릿 속이 분주하다. 작은 집에 우리의 넘치는 짐을 최대한 깔끔한 형태로 욱여 넣어야한다. 이케아 어플을 얼마나 들락거렸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 얼추 선택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인생에서 이렇게 무언가를 신중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어서 나 자신이 낯설다. 열심히 고민한 만큼 오래오래 뽕 뽑으며 살고 싶은데. 서방구는 이사 가기도 전에 다음 집은 어디에 몇 평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 어휴.


둘째 고민이 새로운 화두에 올랐다. 작년 하반기 부터 둘째 생각이 바닥을 치고 있었고, 이제 외동 아들 잘 키우는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서방구가 둘째 의향을 밝혔다. 자기가 외동으로 커봐서 혼자여도 전혀 외롭지 않고 우주도 혼자 커도 될 것이며 둘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싶지 않다던 사람이. 갑자기 우주는 둘째가 있어도 정서적인 타격이 크지 않을 것 같다는 새로운 전제를 들고 나왔다. 양육 수당이 백만 원이니 가계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첨언도 함께.


정하지 못한 마음은 언제고 다른 의견에 팔랑팔랑 휩쓸려 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애를 낳아 백만 원을 마련하라는 말이냐고 따지지 못한 건 좀 억울하지만 어쨌든 나도 둘째가 있어야하나 고민되는 건 사실이니 다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단 기도는 했다. 주시거나 안 주시거나 주님 뜻에 달렸겠지만 무엇이든 저의 마음도 함께 준비 시켜달라고. 그리고는 또 검색... 검색의 연속이다. ‘둘째 장단점’, ‘외동아들 장단점’


엄마가 차를 새로 뽑았다. 중고인데 관리가 잘 돼서 새차같다. 그 차를 타고 우리 집까지 달려왔다. 이틀 밤 자고 간단다. 오예. 시끄럽게 연말을 보내다 와서 설까지 조용하게 지낼 일상이 좀 걱정되었는데. 다행이다. 내일은 엄마가 좋아하는 티타임 가지러 티 하우스에 같이 가야지. 아무튼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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