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문 Jan 09. 2023

23년 1월 8일

28개월 1일

주말 내내 푹 쉬었다. 우주 낮잠 시간이 되면 셋이 나란히 누워 2-3시간씩 잠도 챙겨 자고, 불필요한 외출을 만들지 않았다. 새해가 되어 금, 토, 일요일 저녁 식사를 서방구에게 일임했더니 머리가 한결 가볍다. 삼시세끼 메뉴 고민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인가. 짐은 나눠져야지. 금요일엔 외식, 토요일엔 삼겹살, 오늘은 배달로 돼지국밥을 먹었다.


영화 ‘영웅’이 너무 궁금했는데 보고 싶다고 하니 서방구가 오늘 아침 첫 타임 영화로 예매해 줬다. 임신과 코로나가 동시에 시작되어 그 이후로는 영화관에 못 가봤다. 3년 만인 것 같다. 옛날엔 혼자 영화 보는 게 맘처럼 쉽지 않았는데. 오늘은 마냥 즐거웠다. 앞으로 종종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 혼영 좋네.


‘영웅’은 10년 전에 뮤지컬로 봤다. 모든 넘버가 다 감동이던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다. 김고은을 좋아하는데 뮤지컬 영화라 노래 부르는 것도 들을 수 있으니 더 기대가 됐다.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뮤지컬에서 받은 감동도 그대로였고, 상상으로 채웠던 여러 장면을 실사로 본 듯해서 좋았다. 끝 무렵,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에서 눈물이 터졌다. 머리가 지끈 거리도록 울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시절,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로부터 잔인하고 참혹한 생의 단면을 보지 않고 살아도 되는 삶을 선물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그분들의 삶에 대어 보면 사치일 뿐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소중하게 여기자고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주가 새로 이앓이를 시작해서 좀 힘들어했는데, 생각보다 잘 버텨주고 있다. 혹시 너무 아파서 잠들기 어려워하면 약을 주려고 했는데 다행히 잠도 어렵지 않게 들었고 지금도 쿨쿨 잘 잔다. 내일은 좋아하는 언니가 두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온다. 무려 2박 3일이다. 함께 보낼 시간이 기대된다.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겠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23년 1월 6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