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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Jan 15. 2023

23년 1월 15일

28개월 8일

우주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이모가 놀러 왔다. 대전에서 돌아온 연말부터 매일매일 이모가 우리 집에 왔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드디어 우주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다섯 밤, 네 밤, 세 밤, 두 밤, 한 밤을 고사리손 꼽아 기다리다 맞이한 아침이다.


기차역 플랫폼에서 기다리려던 계획은 우리의 늦잠으로 실패하고 역과 연결된 백화점 지하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했던 곳에 도착해서 안고 있던 우주를 내려놓고 이모 찾으러 가보자고 말하자 우주는 급히 발걸음을 떼며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 이모의 얼굴이 보이자 우주는 대흥분 상태로 돌입했다. 몇 년간 못 만난 사이처럼 재회했다. 사랑이 샘솟았다. 참으로 따뜻한 장면이었다.


종일 이모 몸에 자기 몸을 밀착해서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다. 동생도 우주도 얼굴이 행복으로 가득했다. 종일 우주를 케어해 준 덕분에 나도 행복했다. 집에 돌아와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방구와 착착 집안일을 쳐냈다. 아기를 돌보는 손이 여럿이니 집안일도 쉽고 빠르다. 들뜬 우주는 방방 거리며 이모와 이모부 사이에서 즐겁게 놀았다. 이렇게 다 같이 모여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즐거움에 낮잠을 참아낸 우주는 저녁도 먹고 7시 30분이 채 오기도 전에 잠들었다. 열두 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푹 자는 걸 보니 아마도 밤잠인 듯하다. 조도를 낮춘 집에서 넷이 조용히 떠들었다. 그러고 있자니 체감 10시였는데, 아직도 이른 저녁이라 믿을 수 없이 행복했다. 회와 고기도 원 없이 먹고, 기다렸던 동생의 얼그레이 케이크도 맛있게 먹었다.


오늘의 놀라운 발견은 우주의 발음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점이다. 우주는 ㄷ,ㅌ,ㅈ,ㅊ,ㅅ을 ㄱ이나 ㄲ으로 발음했었다. 그런데 오늘 여러 번 ㄷ과 ㅌ을 정확하게 말하는 걸 들었다. 영어 S도 '에꾸'라고 했는데 이제 '에쓰'와 훨씬 유사하게 발음한다. 다른 아이들을 관찰했을 때 우주와 같은 발음을 가진 케이스가 없어서 혹시 발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약간 걱정됐었는데, 그저 발달 과정의 일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는 오늘 또 다른 존재가 되었다.


이제 모두 깊은 잠에 빠졌다. 내일도 즐거운 하루 보내야지. 또 다른 추억이 쌓인다. 짧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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