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의 끝에 충전해보는 긍정 에너지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퇴사를 두고 매일 다른 고민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회사를 나서며 퇴사를 굳게 다짐하는 날도 있고,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은 직장이지 하며 마음 속에 품은 사직서를 조용히 찢어보는 날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말이다. 하루 종일 두 마음이 싸우는 날에는 머리도 복잡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받은 스트레스는 퇴근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날려버리기 딱 좋은 상태가 된다.
답 없는 두 마음을 정리해보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지. 또 언제 다시 마음이 풀리는지. 정리하고 나면 머리가 좀 덜 아플 것 같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둘 중 하나를 바로 결정하진 못하겠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 그래야 어떤 결정을 하든 후회하지 않을 것만 같다.
무엇을 먼저 선택할까 고민하다가, 5월의 이 꿀같은 연휴의 끝에서 월요일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긍정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이 주제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아마도 내가 회사를 그만 두지 않을 이유. 얼마나 충전이 될지 모르겠지만 기대하는 맘으로 시작해 본다.
1.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너무 좋다.
이제까지 겪은 바에 의하면 선임이나 동료의 열등감이 불러오는 관계의 문제는 답이 없다. 열등감은 언제나 자격지심으로 이어지고, 자격지심은 나를 향한 무한 시기로 이어진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부딪히며 일해야하는 그 누군가와 그런식으로 엮인다는 건 다른 조건이 다 좋더라도 회사를 포기하고 싶어지는 이유가 된다. 사사건건 자격지심으로 얼룩진 본인의 마음을 나에게 들이밀기 때문이다.
디자인팀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선임들과 동료들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관계를 대할 때 존중으로 대하고 우리끼리는 최대한 즐겁게 지내려고 서로 노력한다. 본인의 일은 스스로 책임지려고 하고 누구 하나가 어려워 할 때는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함께 도와준다. 친하지만 선을 지키고 선을 지키지만 정도 나눈다.
그 모든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매일 받는다. 함께 하고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아침에 출근하기 싫어 짜증이 나도, 회사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동료들 덕분에 또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는다.
2. 다양한 일을 경험해볼 기회가 많다.
내가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에는 멘토와 멘티 개념이 철저했다고 한다. 그만큼 경력과 신입의 비율이 적절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신입은 2-3년의 경력이 생길 때까지 정기간행물을 혼자 담당할 기회가 아예 없었다. 리플렛이나 포스터 제작을 하다가 1년정도 경력이 차면 멘토가 맡고 있는 정기간행물의 끝부분을 나누어 조금씩 디자인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정기간행물은 많은데 그 많은 일을 맡아줄 경력이 없다. 후임을 케어할 만큼의 실력이 따라주는 선임이 두 명, 아니 이제 한 명 뿐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조금 된다 싶으면 신입들에게 큰 일을 맡겨버린다. 보통 격월간이나 계간을 주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월간도 주는 실정이다. 다른 회사에서는 2-3년차가 되도 맡아보기 어려운 일들을 이곳에서는 경험할 수 있다. 고로 내 능력치보다 높은 수준의 일을 남들보다 빨리 겪어보고 이력으로 남길 수 있다.
3. 덕분에 공부하게 된다.
디자인 전공이 아니다보니 내 능력치 이상의 과제들(거의 모든 과제가 그렇다)을 부여받았을 때, 한계를 느끼게 되는데 거의 절망수준에 이르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고 이 일을 아무래도 그만 둬야할 것 같고. 자신감이 바닥으로 쭉쭉 떨어진다.
역량을 기르기 위해 나홀로 실행해볼만한 무언가를 찾아다니다가 기본기를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편집디자인이 아우르는 여러가지 개념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공부는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스스로 했었다. 하지만 사람은 자극이 있어야 몸을 움직이게 된다. 실전에 나가봐야 부족한게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일을 하면서 나 스스로 부족한 것에 대해 발견하고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공부한 내용을 실제로 적용하며 기쁨을 느낀다. 일하지 않으면 하지 못할 경험이다.
4. 공식적인 회식이 거의 없다.
거의라는 단어도 우스울 정도로 이 회사에는 공식적인 회식이 없다. 1년에 한 두번 정도. 회식이 없는게 왜 좋은가. 퇴근 시간 이후에 억지로, 즐겁지도 않고 부담스럽기만한 모임에 참여할 일이 잦지 않아 좋다. 팀별 회식은 필요할 때 알아서 한다. 우리팀은 환영이나 송별 때 한 번씩 하는데, 우리끼리 알아서 즐겁게 모였다가 맛있게 먹고 일찍 집에 간다. 그정도가 딱, 좋다.
아마도 내가 회사를 그만 두지 않을 이유. 여기까지다.
총정리는, 아마도 내가 회사를 그만 둘 이유를 정리한 후에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