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쇼퍼백,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우리가 바라는 최소한의 만남

by 마이문

내가 처음부터 쓰레기에 민감했던 것은 아니다.


작년 9월, 신혼집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던 그때, 나 하나로부터 나오는 쓰레기에 처음으로 적잖은 충격을 먹었다. 본가에서 재활용품 분리수거나 일반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아빠담당이었다. 단지 먹고 남은, 쓰고 남은 일회용품을 분리수거 바구니에 던져놓았을 뿐 나는 원래부터 쓰레기 생성에 민감하지도 정리에 성실하지도 않았다.


신혼집을 가득 채워가는 가전과 가구 덕분에 내 눈에 보이게 된 쓰레기의 부피가 몇십배는 커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울하고 슬펐다. 삶이란 거의 걸어다니며 쓰레기를 흘리고 다니는 것 아닐까. 죄책감이 찾아왔다.


어릴 때 서랍에 쌓인 펜을 거의 50개 넘게 버렸던 장면이 스쳤다. 있는 펜은 안쓰고 자꾸 새걸 사오더니 결국 이렇게 다 버린다며 아빠에게 핀잔을 들었을 땐 왜 저러나 싶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순간 창피함이 컸다. 그래서 아빠 말이 미웠나보다. 그리고 그 때 인정하지 못한 창피함은 반성의 기회를 잃었고 지금에 와서야 똑같이 다시 느끼기를 반복하게 되었다.


그렇게 쓰레기에 예민해하며(가족들은, 특히나 아빠는 이런 내가 웃길지도 모르겠다) 신혼을 보낸지 4개월이 지나고, 동생과 제과점을 열게 되었다. 가뜩이나 집에서 매일 나오는 쓰레기도 스트레스인데, 제과점에서는 내가 움직이기만 해도 그것은 곧 쓰레기를 만드는 행동이 되었다. 빵을 포장하는 일, 위생장갑을 소비하는 일, 판매된 빵을 비닐봉지에 담는 일,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일 등등.


동생에게 슬쩍 슬쩍 쓰레기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아마도 지난 날 버렸던 많은 펜들 때문에 얹혔던 슬픔에 비닐 재활용에 관한 나쁜 뉴스가 더해져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에서 비닐 수입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는 뉴스. 그래서인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내판에는 비닐류 재활용 기준 강화에 관한 안내문이 붙었다. 오염된 비닐 때문에 수거업체에서 수거 자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제과점에서 빵 몇개를 집에 들고와 먹은 뒤의 비닐포장지를 보게 되었다. 소스와 기름이 묻어 오염된 비닐포장지. 깨끗하게 물로 헹구지 않으면 분리수거 한다 하더라도 수거 업체에서 곤란해질만한 상태의 비닐. 그 뒤로는 비닐에 대해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행히 메뉴의 전면 리뉴얼이 진행되었다. 덕분에 1차적으로는 오픈한지 두 달만에 대부분의 포장용지를 종이로 바꿀 수 있었다. 모든 제품에서 비닐을 없앨 수는 없었지만 그 만큼의 변화로도 비닐 사용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그 다음 해결과제는 비닐봉투였다. 나와 동생, 우리 문자매가 운영하는 제과점에는 하루 평균 35명의 손님이 다녀가신다. 주 5일 근무니까, 일주일이면 175장 그리고 한 달이면 약 700장의 비닐봉투가 소비된다. 제과점을 오픈하고 4개월이 지났으니 적어도 2,800장의 비닐이 어디론가 우리 손을 거쳐 떠나갔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수치화하고 나니 나는 환경오염의 주범, 아니면 공범이 된 기분이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는 없을까?


여름 프로젝트로 우리는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우리가 서있는 자리에서 부터 할 수 있는 일로 말이다.


우리는 제과점에서 그리고 SNS에서 빵덕후(breadlover)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주식, 부식의 개념과 관계없이 빵을 사랑하는, 팬심을 가지고 빵을 대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두번 이상은 빵집에 들르는 소비패턴을 보였다. 제과점에 오시는 단골 손님들만 보아도, 한번 꽂힌 메뉴가 있으면 매일이라도 찾아오곤 하셨다.


빵덕후 한 사람의 제과점 방문횟수를 주 1회라고 가정했을 때, 한 달이면 4장, 1년이면 48장의 비닐봉투가 소비된다. 이런 패턴의 빵덕후가 50명이 모이면 연간 약 2,400장의 비닐봉투 소비를 막을 수 있다. 문자매가 오픈이래로 소비한 비닐봉투와 맞먹는 양이다.



그렇다면 빵덕후들을 만나야겠다!




그렇게 베이커리 쇼퍼백을 기획하게 되었다. 적어도 50명의 빵덕후를 만날 수 있길 바라며. 우리와 마음을 함께할 분들이 있길 바라며. 그래서 작은 변화가 하나로 모여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길 바라며.




베이커리쇼퍼백 텀블벅 후원링크

https://tumblbug.com/bakeryshopperba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