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지 21-2

감수하고 하는 여행

by 마이문

아기와 집에 둘이 있는 24시간은 참 갑갑하다. 오후 낮잠시간 즈음 보내는 아기의 눈빛이 마치 '엄마 지루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그건 내 마음의 소리겠지만. 그래서 나갈 채비를 한다. 혼자였을 때는 대충 맘에 드는 옷 골라 입고 아무때나 나갈 수 있었지만, 아기와의 나갈 채비란 외출시간이 언제가 되었든 꼭 아침부터 계획되어야만 한다. 첫 수유 시간을 시작으로 대강 그날의 수유와 낮잠 스케줄을 머릿속에 그려본 다음 아기가 잠을 잘 때 외출에 필요한 짐을 싸둔다. 요즘은 이유식을 먹고 있으니 이유식 스케줄까지 고려해서 내 밥도 챙겨먹고 아기의 기분이 최상일 때를 발견해 옷을 갈아입히고 짐을 챙겨 나간다. 현관문을 나서면서 기운이 쪽 빠져있음을 한껏 느낀다. 오늘의 외출은 꼭 성공적이여야만 해! 마음 속에서 외치며 발걸음을 내딛는다.


유모차에 태워 나갔지만 결국 아기띠를 하고 돌아와 내 허리가 남아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산책, 아기가 잠에 들면 너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투정이 기다리고 있는 드라이브, 새로운 환경에 패턴이 조금 흔들려도 가고 싶은 여행, 용캐 유모차에서 잠이 들어 들어간 카페에서 언제 깰지 몰라 긴장하면서도 누리고 싶은 여유. 모두 다 무언가를 감수하고 하는 일들.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오면 아기가 오늘 했던 고생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치며 '너 그냥 집에만 있을 수는 없었니?'하는 자책의 시간이 돌아온다. 전에는 아무 대답을 할 수가 없었는데, 요즘은 좀 자신있게 대답한다. 그래야 내가 산다고. 내가 살아야 우주도 잘 키울 수 있지 않겠냐고. 그래서 오늘도 감수하는 여행을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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