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지 21-8

그럴 수도 있어.

by 마이문

잘 먹지 않고 잠에 깊이 들지 못하고 이유 없이 칭얼대는 순간이 늘어나는 11개월 차 우주. 하루 종일 '왜 그럴까' 하는 질문에 둘러싸여 있다.


왜 안 먹을까. 맛이 없나. 어디가 아픈가. 또 타이밍을 잘못 잡았나. 안 먹으면 어쩌지. 큰일이네. 왜 못 잘까. 왜 또 깬 걸까. 왜 이렇게 서럽게 울까. 또 늦게 잠들었네. 내가 뭘 잘못했지? 뭘 바꿔봐야 할까?


지난주부터 한번씩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나를 돌보는데 쓸 시간이 없어서 방치했다. 그리고는 콧바람을 쐬러 사촌들을 데리고 카페에 다녀온 날, 그날 밤 서방구와 치킨을 뜯다가 갑자기 터져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더 이상 제자리에 앉아있기가 싫은 우주는 계속 여기도 가보고 싶고 저기도 가보고 싶고 더러운 바닥에도 앉고 싶고 나뭇잎도 뜯고 싶고 그런데 엄마는 못하게 하니 짜증이 나고. 콧바람은커녕 커피가 코로 들어가는지 똥꾸멍으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상태로 대화도 제대로 못해보고 돌아왔다. 체력 소모는 말할 것도 없었고. 아, 이제는 카페도 못 가겠구나. 그럼 뭘로 이 마음을 조금 풀어낼 수 있을까.


갑자기 막막한 기분이 주체할 수 없이 올라와 꺽꺽대며 울었다. 눈물은 항상 마음을 씻어주니까, 한참을 쏟아내니 빠르게 진정되었다. 그리고 맞이한 새로운 아침에는 찬찬히 내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어.


안 먹고 싶을 수도 있지. 지금 졸리지만 자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 아직 너무 어린 아기니까, 자는 게 어렵겠지. 아파서 그런 것만 아니면 괜찮아. 내가 뭘 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꼭 이렇게 해야 한다 혹은 그러면 안된다는 육아 지침들에 또 나를 내어주고 혹사시키고 있었다. 못하고 있는 것에 얽매여 좁아진 마음이 건강할 리 없다. 우주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목표라면, 기준에 벗어나더라도 유연하게 반응하며 내 마음 또한 편안함을 유지해주어야 한다.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잔잔해지는 주문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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