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지 21-10

아기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by 마이문

여름의 끝이 보이자 발이 다시 건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씻은 후에 바로 발바닥까지 로션을 바르기에는 미끈하고 불쾌하니 침대 옆에 두고 잠들기 전에 막 바르기 좋은 로션을 찾다가 우주가 100일도 되기 전에 쓰다 만 로션을 발견했다. 다시 쓰진 않을 것 같고 양도 꽤 많이 남아있어 한참은 쓰겠다 싶어서 침대에 올라와 로션을 발랐는데, 아이고. 로션 향과 함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옛날 일까지 갈 것도 없이 어제 일도 잘 기억을 못해서 늘 기억력이 안좋은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아 현재의 감각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향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코로 들어와 뇌를 자극하니까, 그 때의 그 향을 맡으면 또한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품에 안기도 어려웠던 작은 우주. 지금도 조그맣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무려 25센치 가량 작았다. 얼굴이 너무 작아서 엄지 손가락에 로션을 묻혀 발라주었었는데. 밤낮없이 먹이고 재우는 일이 반복 되어 출산보다 육아가 더 충격적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그 때. 너무 힘들어서 얼른 벗어나고 싶던 그 시간이 그리워질 수가 있구나. 쪼꼬미 우주가 그리워지는구나.


우주를 보고 있으면 하루에도 몇번씩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순간이 온다. 시간은 그럼에도 야속하게 흘러가, 지나간 우주를 다시 만날 수는 없다. 오래오래 눈에 담고 싶은 모습은 금새 그 다음의 우주가 찾아와 사라진다. 내가 원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자라난다. 할 수 있는 건 눈을 많이 맞추고 사진과 영상을 많이 남기고 생각을 비우는 일. 더 많이 담아야지. 더 많이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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