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그릇이 너무 작아 슬프다.
20대에 아기를 낳았다면 조금 더 수월했을까? 돌이 지나면서 부스터를 달듯 에너지가 넘치기 시작한 우주는 집안에만 있으면 짜증 대마왕으로 변신해 무조건 외출을 해야만 하는 그야말로 아들내미가 되었다. 여름휴가에 추석과 백신 휴가까지 붙여 신랑과 우주와 셋이 2주를 함께 보내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 이제 3일밖에 안됐는데 나는 거의 탈진 수준에 이르렀다. 수액을 꽂고 싶다. 눈은 뜨고 있으나 무거워 내려앉을 것 같고, 무릎은 점점 갈갈갈 갈려 시리고, 심장이 뛰고 있는 것조차 버겁다고 느껴지는 체력. 오늘은 비가 와서 놀이터 대신 키즈카페에 처음 가보았는데 아무래도 기력을 회복하려면 일찍 자는 것 밖에는 답이 없겠다.
힘들다는 생각만 하기에는 요즘의 우주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다. 전에는 짓지 않았던 새로운 표정으로 나를 본다. 공을 주려다 뺏으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내가 내는 신기한 소리에 박장대소하며 웃는다. 발을 바둥대며 짜증을 낼 줄 알고, 같이 앉았다가 일어나기만 해도 내가 가는 곳으로 졸졸 따라오고, 아이패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서툰 손놀림으로 눌러본다. 무서워하던 장난감에 한 번씩 더 다가가 보다가 금세 쪼르르 내 품으로 쏙 들어와 안정을 취하고, 졸릴 때는 내 몸을 이리저리 타고 넘어 다니며 얼굴을 비비다가 잠이 들기도 한다.
체력이 좋아서 지치지 않고 놀아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어서 내년 3월이 와서 어린이집에 단 몇 시간이라도 가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고 있는 내가 조금 슬펐다. 단지 체력이 안돼서. 애써 눈을 부릅뜨고 우주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더 많이 담아보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그것도 많이 슬펐다. 나는 몸도 마음도 왜 이리 그릇이 작은 건가.
그럼에도 내일도 또 우주와의 시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