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다.
389일간의 모유수유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10개월 즈음 밤에도 젖을 먹는 습관을 끊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룻밤 동안 먹이지 않고 안아서 달래 가며 재웠었다. 그런데 세상에, 아침에 일어나 첫 수유를 하려고 안으니 쭈쭈를 보자마자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졸리거나 불안할 때는 평소처럼 쭈쭈를 내어주면 자지러지게 울어버리기도 했다. 원할 때 주지 않아서 단단히 화가 났거나 먹지 말라는 줄 알았는데 주니까 당황해서 그랬거나, 내가 생각해볼 수 있는 우주의 마음은 그 둘 중 하나였다.
나는 마음이 약한 엄마라 우주가 우는 걸 그대로 받아주거나 지켜봐 주지를 못한다.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우주가 어떻게 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이내 안아주거나 젖을 물리거나 다른 조치를 취하는 편이었다. 쿨하게 그 길로 단유를 했다면 어땠을까. 10개월이면 아직은 모유든 분유든 필요한 시기라서 이틀 동안 어르고 달래어 다시 수유에 성공했다. 그리고 밤수도 다시 부활했다.
이제 13개월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고 우주도 대혼란의 시기를 조금 넘긴 것 같고 세상살이에 맛을 들여 즐거워하는 시간이 늘어났으니 천천히 다시 단유를 시도해봐도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무엇보다 밤에 먹고 자는 습관 때문에 우주의 유치가 벌써 누렇게 되었고, 먹었으니 가스가 차서 더 자주 자다 깨고, 늦은 시간에 기상하는 등 여러 가지 생활패턴의 문제가 고쳐지지 않아서 결심하게 되었다.
다음 주에는 친정에서 지내야 하고 다녀와서 또다시 집에 적응해야 하면 그렇게 10월도 중순이 될 것 같아, 가기 전에 신호를 주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밤수를 끊다가 우주의 마음이 상했으니 상대적으로 덜 의지하고 있는 낮시간의 수유를 줄여보자고 생각했다. 타이밍을 잘 맞추어 침실로 들어가면 먹지 않고도 스르르 잠들 줄 아는 아기이고, 식사대용으로 먹는 건 이미 10개월에 끝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날이 예방접종 날이라는 걸 감안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을까. 우주는 반나절만에 다시 수유를 거부했다.
첫 번째 낮잠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안아서 재워주었고, 예방접종 후에 이케아까지 들렀다가 집에 오느라 또 타이밍을 못 맞춰 다시 안아재웠다. 그렇게 잠든 두 번째 낮잠에서 푹 자지 못하고 깬 우주가 안쓰러워 오늘은 한 번만 다시 줘보자는 마음에 젖을 물렸는데. 우주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악하며 울었다. 자기 울음을 주체하지 못해 몸을 비틀고 비명을 질렀다. 지난번의 경험으로 내가 오늘 큰 실수를 했다는 걸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달래지지 않는 우주를 들처메고 밖으로 무작정 나갔다. 바깥공기를 마시자 우주는 울음을 그쳤고 이내 나무와 풀 그리고 사람들을 구경하며 행복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과 눈물이 섞여 나왔다. 울음을 못 그쳐서 숨이 넘어가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방법이 없는 건 아니구나. 그리고 그날 밤은 전쟁을 치렀다. 젖을 물지 않으니 잠드는 법을 몰라 절망하듯 울음을 토해내는 우주와 그런 우주를 보며 미안함과 자책이 한데 섞여 눈물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나. 그리고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방황하는 신랑까지. 잠결이라면 먹지 않을까 싶었던 새벽에도 역시 우주는 통곡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늦게 잤지만 배가 고픈 우주는 일찍 일어나 이유식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오전 낮잠에 별 저항 없이 내 몸 위로 굴러다니다 스르르 잠들었고, 놀이터에 다녀온 후에 오후 낮잠 역시 쿨하게 투정 없이 잠이 들었다. 밤이 오자 긴장이 되어 속이 아플 지경이었다. 혹시나 싶어 침대에서 거의 쭈쭈를 내어 놓고 언제든 와서 먹어도 된다는 말을 계속해주었다. 다행히 보자마자 열 받는 행동은 없어졌고 배시시 웃기도 했는데 역시 먹지는 않았다. 8시쯤 자려고 방에 들어갔는데 잠이 들 때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지만 우주는 기적적으로 밤잠도 투정 없이 신나게 놀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우주에게 쭈쭈는 잠이 들 때 유용한 도구였던 모양이다. 그것 말고 다른 필요는 없었던 건지, 이렇게 스스로 안 먹기로 다짐한 걸 보니 안 먹어도 괜찮은가 보다. 그럼에도 준비되지 않은 때에 아기에게 큰 충격을 준건 아닌지 자꾸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났다. 속상한 마음 감출 길이 없어 활동도 하지 않던 맘 카페에 들어가 글을 남겼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세 개의 답글이 달렸고 마지막 답글에서 큰 위로를 얻어 죄책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오늘 하루 보내보니 정말로 아기는 생각보다 강하다. 젖 먹는 동안 박수를 치며 엄청 행복해하고 자다 깨서 젖을 물면 금방 안정을 찾고 낮동안에도 간식 대신 한 번씩 주려고 '쭈쭈?' 외치면 하던 일을 멈추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오던 우주. 너무 좋아해서 없으면 못 살 거라고 착각했나 보다. 그것 말고도 지금 우주의 세계에는 즐겁고 신나고 행복한 일이 많이 있는데. 무엇보다 엄마와 아빠가 항상 함께 하는데. 이렇게 하루 만에 쭈쭈 없이 세상사는 법을 터득해버리는 우주는 나보다도 훨씬 강한 모양이다.
피자 두 조각에도 유선염이 오는 불편한 컨디션의 유선을 가지고 분유와 젖병 거부로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도 집에서 울며불며 손 유축으로 달래 가며 수유했던 처음 5개월 동안은 단유만을 기다려왔다. 다들 단유 하면 서운해서 많이 운다던데 난 이해가 잘 안 됐다. 후련할 것 같은데 뭐가 서운하다는 걸까.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정말 많이 서운하고 하나도 후련하지가 않다. 어이없게도 혹시나 다시 먹겠다고 하면 얼른 주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어젯 밤에는 이제 더 이상 젖 먹는 우주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이미 지나 보내어 다시 볼 수 없는 아기의 모습은 많은데 왜 유독 지금 더 슬픈지는 알 길이 없다. 미안함과 서운함이 동시에 올라오니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그렇게 밤새 우주와 한바탕 울고 나니 오늘은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 사실은 우주보다 내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있었는데, 오늘을 보내며 우주의 단호함 앞에 나도 하루 동안 꽤 준비가 되었다.
곤히 잠든 우주를 보며 단유를 실감한다. 우주야, 쭈쭈를 사랑하던 너는 참 사랑스러웠단다. 많이 보고싶을 거야. 그리고 1년 동안 고생 많았다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