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19일
육아일지를 계속 각 잡고 쓸 것인가. 어떤 주제가 나타날 때까지 그게 며칠이든 몇 주가 되었든 기다리다가 정리해서 쓰곤 했는데, 이러다가는 진짜 기록하고 싶은 내용도 쓰지 못할 것 같다. 일지는 일지로 쓰는 게 어떨까? 나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매일 똑같긴 해도 매일 커가는 우주가 다르니까, 또 찰나 같은 순간이 지나가면 기록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러자고 했다.
육아에 생리가 끼어들면 굉장히 난감하다. 눈 뜨는 순간부터 다시 눈을 감고 싶은 피로감에 몸서리치며 일어나 우주를 돌본다. 오전에는 내내 병든 닭같이 꾸벅꾸벅 졸다가 어느새 진짜로 잠이 들기도 한다. 우주에게 너무 미안하고 나 자신이 한심스럽지만 오늘은 스스로 그럴 수 있다며, 자책할 시간에 조금 더 힘을 내어 우주와 놀자고 다독였다.
3끼 식사를 먹는 유아식의 세계로 들어온 지 한 달 반쯤 지나가고 있다. 잘 먹어주어 고마운 날과 입에 맞지 않아 뱉는 날이 마치 겨울철 삼한사온처럼 왔다 갔다 한다. 매번 식사를 시작하면 너무 긴장이 된다. 또 뱉을까 봐 나도 모르게 손을 우주 턱에 받치려고 준비하게 된다. 보통은 매 끼니를 요리하기도 벅차서 스페어 같은 건 없고, 우주가 계란을 좋아하지 않아서 후다닥 다른 요리를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채점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두려운 눈으로 우주를 바라보곤 한다. 오늘은 다행히 소고기 뭇국과 돼지불고기로 하루를 버텼다.
잘 모르는 게 많아 어렵다. 그래도 우주가 잘 크고 잘 웃고 잘 울고 잘 자고 잘 먹으니 다행이다. 부모가 되니 감사할게 참 많다. 내일도 힘 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