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21일
잠들기 전에는 오늘의 가장 뿌듯한 일에 대해 떠올려보게 되는데 생애 첫 된장국을 맛있게 먹던 우주의 모습이 계속 생각난다. 아기들마다 다 성향이 달라 식습관의 모양새도 저마다 다르다. 우주는 음식이 맛있으면 아주 잘 먹고 맛이 없거나 익숙하지 않으면 입에도 대지 않거나 어쩌다 입에 넣게 되면 얼른 뱉는 아기다. 서방구와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는 그 와중에 잘 먹기라도 해서 다행이라는 것. 뭘 줘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 매일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을 텐데 그래도 나는 첫 입에 통과인지 아닌지 지켜보며 긴장하는 정도니까.
이로써 우주가 사랑하는 식단 모음에 된장국이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엊그제 새로이 우주의 간택을 받은 돼지불고기도 함께 요리해두었는데, 채소를 착착 다지고 남겨둔 배를 꺼내 갈아 넣고 대충 감으로 간을 하며 고기를 재우는 움직임이 좀 능숙해 보여서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처음 유아식의 세계로 넘어왔을 때 볶음밥의 당근을 약불에 볶아 익지도 않은 걸 우주에게 먹으라고 줬던 무지함을 생각하면, 우주랑 같이 나도 많이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