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지 21-21

14개월 24일

by 마이문

꼭 붙잡아두고 싶은 우주와의 기억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밤이 오면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


이앓이인지 성장통인지 아니면 그저 악몽이나 선잠에 깬 것이 서러워 그랬는지 지난밤을 무척이나 설쳤던 우주와 우리 부부. 아침엔 정말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아침을 챙겨 먹고 바로 커피를 내렸다. 그게 아니면 언제고 다시 눈이 감길 것만 같았다. 직장생활에서 떠난 지가 꼬박 4년이 훌쩍 넘었으니 모닝커피에 의지해보는 아침도 실로 오랜만이다. 커피 자체를 자주 먹지 못해서 그런지 카페인이 온몸을 돌자 금방 잠이 깨고 생기가 돌았다. 약간 마법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맛있게 잠을 깰 수 있는 수단이라니. 이것 마저도 매일 하다 보면 언젠가 내성이 생기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마치 맛집에서 음식을 눈앞에 두고 영원히 배가 부르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커피도 내 아침을 오래도록 책임져줄 수 있기를 바랐다.


우주가 '엄마'를 발음한지는 한참 되었지만 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요 며칠 갑자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한 글자씩 꾹꾹 눌러가며 '엄, 마!' 하고 말한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금세 웃음이 난다. 거부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이다. 모든 생각과 감정의 출처를 정의 내리려고 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부모가 되고 겪은 것들은 그러기가 어렵다. 처음엔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가지가 혼란스러웠는데 이제는 그 파도를 누리며 즐겨보고 있다. 우주와 누리는 모든 순간이 찰나처럼 지나감을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요즘의 최대 난제이지만 깊게 고민하고 찾아볼 시간과 여력은 부족하다. 그래서 매일 내 머릿속은 같은 루틴의 고민만 반복하고 있다. 우주가 혼자 잘 놀면 혼자 놀게 둬도 되나 걱정되고, 심심해서 멍 때리면 새로운 책이나 장난감을 더 사줄까 고민하고, 나에게 같이 놀자고 요청하면 이렇게 해달라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우주의 뇌는 점점 발달하며 소통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력해지는데 나는 제자리에 머물러있나 싶기도 하다. 오늘은 꼭 놀이를 검색해보고 자야지.


부산스러운 하루하루다. 그래서 뿌듯하고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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