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지 21-22

15개월 3일

by 마이문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주는 코딱지와 코막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염 때문이다. 그런 우주의 코에서 며칠 전부터 콧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띠용. 콧물 좀 생겨서 코가 편해지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는데, 막상 콧물이 흐르니 걱정이 되었다. 큰일 아니면 호들갑 떨지 말고 병원은 천천히 가보자 주의로 살았지만 엄마가 되니 그게 잘 안된다. 최근에 아기가 감기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려준 친구에게 연락해서 병원에 가봐도 좋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날 바로 소아과에 갔다. 어차피 갈건데 그래도 가보라는 말이 듣고 싶은 이상한 심리였을거다. 친구는 그런 내 맘을 잘 알았다. 원장님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시며 별일 아니니 걱정 말라는 듯이 요즘 아기들에게 코감기가 많이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코 말고 다른 곳은 아무 이상 없으니 괜찮다고. 약을 처방받아 와서 보니 비염약이라고 적혀있었다. 서방구가 비염이 있는데, 온도 변화가 극심하면 콧물과의 사투를 벌인다. 아빠를 닮았나 보다. 바이러스 감기라기보다는 비염에 의한 콧물 생성 같았다.


사실은 콧물이 말썽이라는 걸 하룻밤 일찍 알 수 있었다. 콧물이 주룩주룩 흐르기 전날 밤, 우주는 꼴깍꼴깍 뭔가를 넘기며 잠에서 자주 깼다. 유독 저녁을 배 터지게(우리가 보기에 그랬다.) 먹은 상태였고, 거기에 자기 전에 우유까지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웠으니 우리는 소화가 안되어 역류하는가 보다 하며 너무 생각 없이 다 먹게 해 줬다고 자책하는 밤을 보냈다. 병원에 다녀오고 한참 있다 다시 밤이 찾아오고 나서야 우주가 꼴깍꼴깍 넘긴 것이 콧물이었음을 깨달았다. 아휴. 말도 못 하는 게 얼마나 답답했을까. 애미는 애먼 배만 부여잡고 엄마 손은 약손을 해주고 있고. 깰 때마다 등을 두드리고 앉았으니. 말이 안 통하니까 미안하다는 말도 전하지 못했다. 약을 먹고 한결 편안해진 우주는 어제오늘 푹 자고 있다.


내년 3월에는 어린이집을 보낼까, 보내야지, 보내고 싶다는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 보내려니 마음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돌아갈 직장도 없고 앞으로도 직장생활은 하지 않을 건데, 이렇게 빨리 어린이집에 보내야만 하는 이유가 찾아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애 보는 것도 힘드니까 얼른 보내라는 의견이 많았다. 언제 보낼 거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이 사안에 대해 서방구와 회의를 하다가 따져보니 나에게 어린이집을 어서 보내라고 말한 사람들은 모두 워킹맘이었다. 12개월 이전에 어린이집에 보냈으니 가정보육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보내지 않는 옵션에 대해서는 말해줄게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지인 중 유일하게 두 돌이 넘도록 가정보육을 했던 언니에게 연락했다. 어땠는지 물으니 너무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한 선택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4살이 지나면 이렇게 24시간 붙어있을 시간도 끝인데 이 시기에 내 인생을 잠시 내어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명언도 함께.


그래서 일단 데리고 있어 보기로 했다. 진짜 너무 지지고 볶아서 힘들지도 모르고, 둘째가 생길지도 모르고. 하여튼 앞날은 알 수 없지만 안 보내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이게 내가 진짜로 원했던 방향인가. 아무튼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우주의 시간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부디 우주가 코가 막혀 힘든지 배가 아파 힘든지 알려줄 수 있을 때까지 집에서 돌보는데 필요한 지혜와 체력이 허락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