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4일
우리 가족에게 일 년 만에 대 몸살의 시기가 찾아왔다. 우주의 코감기가 비염이라고 확신했는데 아니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내가 감기에 옮고 서방구는 금요일에 풀린 긴장과 함께 급체와 몸살을 앓았다. 몸이 너무 아파 잠이 들기 어려울 정도로 같이 누워 끙끙대던 금요일 밤이었다. 이튿날 우주는 이미 절정이 지나가서 쌩쌩한 상태가 되었는데, 엄마 아빠가 골골대느라 제대로 못 놀아주니 심심해하고 짜증을 냈다.
나는 감기 때문이라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약기운을 누릴 수 있었다. 약도 없이 온몸으로 몸살을 견디던 서방구는 일어나 있는 것도 힘겨워보였다. 낮잠도 건너뛰고 계속 짜증 내는 우주를 데리고 무작정 나갔다.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드는 바람에 발 닿는 대로 드라이브를 하고, 아울렛에 들러 예쁜 곰돌이 풍선과 스티커책을 사줬다. 우주는 아직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산다, 가진다는 개념도 없지만 그냥 그날은 그렇게 하고 싶었다. 요 며칠 감기 때문에 집에만 있어서 답답했을 테니, 좋아하는 뽀로로와 신기한 풍선 그리고 사람 구경으로 기분전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티커책을 손에 꼭 쥐고 풍선을 옆에 두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앞으로도 이렇게 몸이 지치고 힘든 날이 오면 나중엔 같이 나가서 주스나 핫초코를 마시며 기분전환하자고 이야기했다. 물론 우주는 못 알아들었겠지만. 사실은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사실은 우주가 답답할까 봐 나간 게 아니라 내가 답답해서 집 밖으로 몸을 움직인 거였다. '아픈 서방구를 어쩌지, 우주 낮잠은 어떡하지, 점심에 해준 건 잘 안 먹던데 저녁은 뭘 해주지.' 바삐 돌아가는 머리가 너무 무거웠다. 몸이 아프니까 집안일도 잠시 쉴 수 있고 밥 하는 것도 잠깐 멈춰도 괜찮다. 그런데에 쏟았던 에너지는 잠시 내려놓고 기분이 나아지는 다른 선택들을 해도 좋다. 그렇게 완급을 조절하며 살아가면 된다. 너무 늘 똑같이 애쓸 필요 없는데.
아프고 나면 '이렇게라도 쉬라는 신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시작되는 한 주에는 덜 고민하고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힘내 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