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20일
선우 취침 1:50
선우 기상 8:30
우주 기상 8:50
우주 취침 10:50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하루였는데 막판에 깊은 빡침으로 끝을 맺었다. 이렇게 빡치기는 오랜만이어서 통제가 안돼 애먹었다. 원흉은 이우주의 떼와 서방구의 핸드폰이다. 이우주는 재밌게 잘 놀고 들어와서 저녁 내내 하고 싶은 대로 해주지 않으면 해 줄 때까지 소리를 지르고 드러눕기를 시전 했다. 서방구는 틈만 나면 핸드폰을 붙들고 앉아있었다. 세탁기가 끝나든 말든 내가 애랑 사투를 벌이든 말든 나가자고 하는데도 계속 핸드폰 핸드폰 또 핸드폰. 세면대의 물 빠져나가는 구멍이 열고 닫히는걸 계속 만지고 싶었던 우주가 기어코 욕조에서 씻기를 거부하고 세면대에 눌러앉아 온 사방 천지 물을 다 튀겨가며 머리도 못 감기게 하고 난리를 부리다 나왔을 때, 저녁 먹은 그릇 하나 정리하지 않고 또 거실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는 서방구를 보자마자 멘탈이 털렸다. 도대체 저 폰엔 뭐가 있길래 하루 종일 얼굴 박고 정신이 팔렸나.
아침부터 일어나 화장실을 청소하고 어질러진 서재를 정리했다. 종일 빨래는 네 탕을 돌렸다. 아침에는 소고기 무국을 끓이고 쌓인 설거지를 해치우고 저녁에는 메뉴 네 가지를 한 번에 요리했다. 잠시도 쉬지 못한 하루였지만 많은 걸 했으니 뿌듯한 하루이기도 했다. 그럼 뭐하나. 돌아오는 건 같이 사는 이의 무관심과 방치인 것을. 말도 섞기 싫었는데 다행히 먼저 잠들었다. 생각할수록 열이 더 받는다. 주말은 혼자 쉬려고 작정했던 걸까? 그러고 싶다고 말이라도 하면 될 텐데 늘 능구렁이 같이 원하는 걸 조용히 얻어낸다.
내일은 아침에 우주를 일찍 깨워서 낮잠도 일찍 재우고 혼자 나갔다 와야겠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내 시간은 내가 챙겨야지. 이것저것 사다 나르기만 하면 그만인 줄 아는 서방구에게 기대해봐야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좀 쉬다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