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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Lu Apr 23. 2018

잊지 않기로 했다.

See you when I see you

 나는 링고에게 큰 빚이 있다. 한때 공황장애가 와서 고생한 적이 있는데, 차에 타는 것도 힘들었고 지하로 내려가는 것도 힘들었었다. 공황장애가 무서운 것은 한번 강하게 공황장애 증상을 겪고 나면 그 증상이 너무나 두려워서 또 다시 찾아올까봐 깨어있는 모든 순간 긴장해있고 겁에 질려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링고와 한달여의 시간을 함께 있었던 것 같다. 집밖에 나가지 못했던 그때 손바닥에 들어올만큼 어렸던 링고와 단 둘이서 언니네집에서 먹고 자고 함께했다. 어려서부터 찡찡이였던 링고였기에 계속 목에서 자겠다고 우기고, 툭하면 가슴위로 올려달라고 징징대고 아직 숨기지 못하는 발톱으로 내 손바닥과 얼굴을 긁어댔지만 링고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나는 긴장을 풀 수 있었고 증상이 찾아올까봐 무서워할 새도 없이 링고의 사랑스러움에 빠져있었다. 물론 한참 먹었던 약도 도움이 됐겠지만, 나는 매순간 긴장에서 벗어나게 해줬던 링고 덕분에 지난 2년동안 단 한번도 공황장애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만큼 잊고 살 수 있게 된거라 믿는다. 그렇게 큰 빚을 안겨준 링고가 떠났다. 한 손에 들어왔던 링고가 다시 한 손에 들어올만큼 작아져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영원하진 않을꺼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짧을지도 몰랐다. 문득문득 떠오를 때마다 목구멍이 꽉 차는 것만 같다. 내가 이런데 형부와 언니는 어떠할까. 출근길의 사람들 다리 사이에서 링고가 보이고, 잠들기 전 문 앞의 링고가 보인다. 잘자 링고 꼭 기억하고 살다가 다시 보게 되면 한눈에 알아보고 네 이름을 불러줄게 


2018.04.14

링고를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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