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듯
“이거 신청해 봐.”
친구가 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어린이날을 기념해 아이들 대상으로 케이크 체험을 마련한, 지역에서 유명한 제과점의 이벤트 내용이었다. 사내 녀석들의 베이킹이라.. 짜부가 된 케이크가 그려져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문득 나흘이라는 긴 연휴 동안 따분해할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뒤늦게 신청한 것이 선착순 마감으로 끝나버렸다. ‘고민은 배송만 늦춘다’ 더니, 고민하다 체험 기회도 날아갔다.
아쉬워하는 날 보고 친구는 다른 이벤트도 있으니 신청하라고 일러주었다. 평소 고마운 부모님이나 스승님에게 전하지 못한 사연을 받아 당첨자를 뽑는단다. 여기저기서 가정의 달을 기념하는 팡파레가 연신 터지는 걸 보니 비로소 5월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느꼈다.
부모님께 전하지 못한 이야기라니. 불현듯 엄마 생각이 나며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어린이날에 무얼 할지, 아이들이 뭘 좋아할까 온통 어린이날 연휴계획으로만 꽉 차 있던 내 머릿속 빈틈사이로 말없이 고생하는 엄마의 모습이 너울너울 흔들리고 있었다.
내 삶의 가장자리에서 묵묵히 울타리를 세워 지켜주던 엄마를 생각하며 메모장에 덤덤하게 적어 내려갔다. 이목을 끌만한 사연이 아니라 안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던 내 마음을 글로 옮기다 보니, 미안함인지 고마움인지 혹은 안쓰러움인지 그 경계가 모호했던 감정들이 정리가 되었다. 쓰고 나니 흩어져있던 책들을 각 맞춰 책장에 꽂아 놓은 듯 개운해졌다. 마치 내가 나를 위로하는 기분이었다.
2주쯤 지나 감사하게도 당첨 메시지를 받았다. 칠순의 영향이 컸던 걸까. 어찌 되었든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언제나 설레는 일.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집으로 케이크와 꽃다발을 들고 찾아올 것이다. 그럼 엄마는 “오메오메 뭔 일이래요.” 하며 깜짝 놀라면서도, 새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달싹달싹하시겠지. 그날 하루만큼은 소녀처럼 행복해하실 모습을 상상하니 내 가슴이 벌써부터 발랑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