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일지도

by mainKim

오전 9시. 약 2평 남짓되는 작은 사무실 공간에서 여직원 둘은 각자의 자리를 찾아 업무를 시작한다. 종일 앉아 업무적인 이야기나 때론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상도 오직 둘, 서로뿐이다.


왜인지 며칠째 이 좁은 공간에 흐르는 공기가 냉랭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각자 전화 응대하는 뾰로통한 목소리와 더불어 키보드 위에서 울리는 손가락의 탭댄스, 이에 장단을 맞추는 마우스의 딸깍거림뿐이다.


아침 출근 때에도 눈도 마주치지 않고 노룩인사를 한다. 지하식당에 나란히 앉아 배를 채우는 그 시간에도 어색한 기운이 감돈다. 굳이 불필요한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나의 의지를 읽어낸 것인지 그녀 역시 먼저 얘길 시작하거나 애써보려는 노력 또한 없다.


이렇게 된 데는 나름의 ‘꼰대스러운’ 이유가 있다. 나는 진심을 다했(다 생각했)고, 그만큼에 응해주지 않는 상대에게 미움이 쌓이고 그간 들인 내 정성에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혹은 우리는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담을 쌓아가고 있었다.


등잔밑이 어둡다. 업무적으로 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세상엔 내가 생각하는 상식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 사람이 무수히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기에 절대 내 기준으로 사람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자 다짐했었다. 허나 바로 내 옆의 사람을 또 나의 잣대에 맞추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정상의 프레임에 가두어버렸다.


이윽고 내가 먼저 쌓아 올려진 담을 내리쳤다.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길래 “목소리가 많이 안 좋네. 어디 아파?”하고 물었다. 순간 잠깐의 정적이 일었고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목상태가 어떤 연유로 시작됐는지, 현재는 어떤지를 좋지 않은 목상태임에도 상기된 목소리로 우수수 쏟아냈다.


어쩌면 서로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하루 삼분의 일을 함께하는 둘 사이 흐르는 어색한 공기는 각자의 한숨과 뒤섞여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둘 사이 따뜻하게 밀려드는 봄바람은 넌지시 묻는 안부로부터 다시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