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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Nov 09. 2018

청설廳說 Hear Me, 2018

당신의 꿈을 그리고 우리의 사랑을 응원하며





감상 후기(브런치 무비 패스) - 청설聽說 Hear Me, 2018

로맨스/멜로 |  대만 | 2018.11.08 (재개봉) | 109분, 전체관람가 | (감독) 청펀펀 (주연) 펑위옌, 진의함, 천옌시 | Daum 영화



이 영화의 주제이자 동시에 이 글의 부제인 문장을 적어 넣고서, 다시 한번 가만히 읽어본다. 문득 마음이 여리게 울린다. 그리고 어쩌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왜 일까, 나는 이제 그 날의 소년이 아닌데.


<청설>은 2009년도 제작된 영화로, 우리나라에는 2010년에 개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도 그 무렵 이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현실에서 할 수 있거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들을 영화로 보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괴팍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곁에 연인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는 이 영화의 초반부에서 감상을 그만두었었다.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남들과 다른 점이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하게 된다는, 더 이상 진부 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 2018년의 관람을 통해서 그것이 편견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뜬금 없이 문득 드는 한 가지, 이런 식으로 미리 예단하고 지나쳐 버린 진심들이 얼마나 될까?


영화는 도시락을 배달하는 한 청년이 어느 수영장(패럴림픽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에서 한 자매를 만나며 시작된다. 그 자매는 수화로 이야기하고 있다. 도시락을 배달하러 온 청년은 그 도시락의 주인인 그 자매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곤 그들의 말을 알아들은 듯 웃는데, 실제로 그는 수화를 통해 도시락 배달을 왔음을 알린다. 그렇게 도시락 집 청년 티엔커와 아르바이트 청년 양양은, 패럴림픽에 수영선수로 출전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 양양의 언니 샤오펑의 도시락을 매개로 처음 만나게 된다. 그리고 급히 아르바이트를 하러 떠나는, 마치 가늘고 긴 다리의 새처럼, 겅충겅충 뛰어가는 양양의 모습에 티엔커는 문득 반해 버리고 만다.


여기까지만 보면 왠지 이후의 이야기가 보이는 듯하다. 예전에 감상을 그만둔 것도 뻔한 청춘 러브스토리가 펼쳐질 것 같았던 초반 부 때문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들게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여자와,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잘되고 있는 도시락 가게 아들로서 부모에게 듬뿍 사랑을 받고 있는 남자가 펼쳐나갈 이야기는 틀림없이 그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자라면서 본 드라마들은 대개가 그런 것이었다. 경험은 사고를 상당히 지배니까.


그러나 조금 더 지켜보면서 혹시 이 영화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 초반에 배경 인물들로 나오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양양과 티엔커가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동안 길거리에서 공연 등을 하는 청년들이 나온다. 부채를 들고 춤을 추고, 마임을 하고, 묘기를 부리고, 음악을 하고 노래하는 등 꿈을 향해가는 청년들의 모습이 초반에 강조된다. 그리고 그들 옆으로 지나가는 회사원과 또 다른 사람들의 건조한 모습이 지나쳐 가는  연출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를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의 의도가 애초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영된 이것이 감독의 의도대로 편집된 것이라면, 이 영화가 단지 사랑이 아니라 사람을 담아내려 했다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영화의 말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풀어 말하면, 이 영화 <청설>은 사랑을 하는 청춘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삶을 사는 청춘을 담았고, 꿈을 꾸는 청춘을 담은 영화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발랄하고 달콤한 면을 당연히 가지고 있지만, 그 발랄함의 이면과 달콤함의 다른 측면 역시 진지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 그러니까 2009년 즈음의 대만의 청년들에게서 현시대의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비춰 보인다. 청춘의 무게에 짓눌려 목소리조차 낼 수 없던, 그 많은 눈물들이. 이 이야기는 그런 그 들의 목소리 중 하나이며, 영화는 그 목소리들에 대해 공감과 진심으로 응원의 깃발을 휘날린다.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이미지 출처 :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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