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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Dec 05. 2018

부탁 하나만 들어줘 A Simple Favor 2018

영화 관람여부 선택을 위한 소개





【감상 후기(브런치 무비 패스) - 부탁 하나만 들어줘 A Simple Favor, 2018】- 스포일러 없음

미스터리/스릴러/범죄 | 미국 | 2018.12.12  | 117분, 청소년관람불가 | (감독) 폴 페이그(주연) 블레이크 라이블리, 안나 켄드릭



1. 장르, 영화의 분위기

ⓒ Daum 영화

이 영화의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라고 분류 되어있다. 맞다. 하지만 정확한 소개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A Simple Favor, 2018>는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클리셰cliché’를 ‘이용’한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어느정도는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고, ‘스릴’이 느껴지기보다는 ‘코믹’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미스터리 형식의 코믹한 범죄 이야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감이 잘 오지 않는 예비 감상자들을 위해서 다른 영화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 영화를 보면서 <이웃집 스파이 Keeping Up with the Joneses, 2016>와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그리고 <서치 Searching , 2018>가 떠오를 수도 있다.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과 이야기의 코믹한 부분들은, ‘갤 가돗’이 주요 인물을 연기한 <이웃집 스파이>와 상당히 닮아있고, 일어나는 사건과 인물들의 분위기는 <나를 찾아줘>를 차용해 온 듯 보인다. 그리고 사건이 진행되고 알려지는 과정은 <서치>와 비슷하다. 즉,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예로 든 세 영화의 분위기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을 짜깁기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음식의 맛을 설명하기 위해서 기존에 먹어 본 적이 있는 음식들로 설명하는 것처럼, 기존의 영화들을 통해서 새로운 영화의 분위기를 설명하려는 것뿐이다.


게다가 이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는 ‘기존의 익숙한 이야기 전개 방식’을 뒤트는 부분들이 있기도 한데, 그런 익숙함을 비틀려다 보니, 그 익숙함 속에 포함되는 여러 영화나 이슈 등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2. 키워드, 슈퍼맘의 외로움

ⓒ Daum 영화


그럼 이제 이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가 담고 있는 시대의 반영을 가볍게 살펴보자. 우선 보이는 ‘키워드’는 ‘슈퍼 맘’이다. ‘워킹 맘’이든 ‘살림 맘’이든 구별할 필요 없이 말이다. 그 어느 쪽이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과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슈퍼 맘’의 모습이 이 영화 속에 반영되어있다. 영화 속에서도 그렇지만 ‘그들의 최선’은 누군가에게는 ‘비웃음거리’가 되고 누군가에겐 ‘부러움 또는 시샘’이 되며 또 누군가에겐 ‘이해되지 않는 기괴함’이 된다. 그 결과 누구에게도 이해되지 못하고 또 의지 할 수 없는 그 엄마들은, 외롭다. 그리고 다시 그 외로움은 또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 비웃음거리가 되고 부럽거나 시기할 만한 일이 되며 때로는 기괴함이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두 주요 인물 역시 ‘그런 엄마’이고 ‘그런 시선’을 받는다. 그런 사회적 개인적 시선들은 타당한가? 그런 시선 속에서 엄마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언행으로 사회와 마주해야 하는가? 영화는 그런 질문들 대해서 약간의 이정표를 나름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것이 적합하든 그렇지 않든, 그리고 깊이 있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3. 키워드, 역할과 성별 

ⓒ Daum 영화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영화 속 성별의 역할 치환’이다. 이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서 여성은 말 그대로 ‘주인공’이고 남성은 ‘부수적 장치’이다. 즉, 기존의 일반적인 영화들과는 반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사람’의 역할을 여성이 하고 있고, 수동적이고 부수적인 ‘도구’의 역할을 남성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이전에 시도된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인위적이지 않고 상당히 자연스럽다. 그 자연스러움을 통해서 그동안 역할에 따른 성별의 고정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탁월하게 부각한다.


물론 주요 인물은 이야기에서 핵심 축이고, 대개의 이야기들은 사람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으므로 주요 인물에게서 사람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야기의 핵심 축이 아닌 조연들에게서 사람으로서 보다는 도구, 그러니까 소품과 같이 이야기를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소모품으로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람’의 역할과 ‘도구’의 역할을 맡을 때에 ‘성적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성별에 따른 역할이 기존과 다르게 치환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가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참고할 이정표로서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모든 영화에서 성별을 치환한다고 해서 무조건 ‘적절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무조건 적인 치환이 아니라 적합한 치환이 되도록 연기와 연출 그리고 이야기의 특성을 면밀히 살피는 일 또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 시점에서 이제는 창작자들과 관람자 모두 그와 같은 사실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전환 그리고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에 대해 서로의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불필요하게 지속되는 편견이 보다 빠르게 사라지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 영화는 Vlog(번역을 따라 표기한 것인데, Vlog로그는 ‘자신의 일상을 마치 일기처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블로그를 통한 방송’을 하는 내용 나온다. 따라서 실제적인 의미는 ‘1인 미디어 방송’이다.), 인종의 다양성, 명품이나 유명인과 같은 소비 산업 등의 소재들을 통해서 ‘시대’와 ‘시대의 사고’를 다소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 Daum 영화



4. 키워드, 감상의 만족도

개인적으로 유별나게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했다는 개인적인 만족도를 밝힌다. 앞선 소개와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예비 감상자들의 온전한 선택을 위해서 말이다. 이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흥미로움과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 초반부터 관객을 능숙하게 그리고 만족스럽게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스릴러에서 기대한 치밀함은 없었다는 것이다. 치밀함보다는 영민함으로 관객들을 이리로 한번 저리로 한번 이끌어 가면서 성긴 부분을 메꾸려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장 성공적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후반으로 가면서 관객이 다소간의 혼란, 이야기가 물 흐르듯 이해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서, 을 느끼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용두사미라고 하기엔 지나치다. 다만, 머리가 꼬리보다 상대적으로 수려하다고는 말할 수 있다.

ⓒ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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