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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Jan 12. 2019

.오름 - Ascension.

태양 아래서





.오름 - Ascension.

오름(Ascension) | 2018_0730152442| Digital Photo | LG-F160K | 2448 x 3264 pixel


.목동의 눈 아래,
자유로운 양떼들의 천진함 속에서는 굴뚝의 오름도 나무의 오름도,
 결국 하나의 풍경이 된다.




+

문명의 오름과 자연의 오름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인간이기에 인위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자연으로 가장하려는 인위에는 태생적으로 적지 않은 거부감이 있다. 이 시대가 허락했기에 그 것이 허위와 허식이라는 허물은 벗었을지라도, 적어도 그 것이 ‘가장’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가장은 처음부터는 아닐지라도 결국 기만을 초래한다. 비록 기만이 의도 된 것이 아닐지라도, 가장의 지속과 만연은 종국엔 실체를 멸종시키기 때문이다. 그 멸종은 실제적인 멸종이 아니라 정신적인 멸종이므로 아무도 그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 따라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마침내 가장은 자연의 지위를 획득하고 실체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비극의 시작은 그 순간부터이다. 가장은 말 그대로 가장일 뿐, 실체가 아니므로 실상은 허구다. 허구는 어떤 물질적, 정신적 질량도 충분히 가지지 못한다. 그것은 살얼음이다. 우리의 세계는 그 위에서 지탱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의심하지 않기에, 아무런 대비도 할 수 없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게 된다. 그대로 얼음이 깨져버리는 비극이 일어난다고 해도, 가장은 아무런 비난도 받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의심받지 않는 그 것은 결국 카이저 소제의 걸음을 걸으며 우리의 인식 범위에서 벗어날 것이다. 훗날 가장이 기만이었음을 알아챘을 때, 우리는 깊은 한탄과 후회로 스스로를 다시 옭아 맬 것이고 종국엔, 또 다시 그 억압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가장행렬을 시작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하나의 가식도 기만도 없는 태양아래서 흐르는 구름들을 보고 있자면, 그 아래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문명도 그 틈바구니속의 자연도, 모두 하나의 풍경일 뿐 다를 것이 없다는 감정이 떠오른다. 그래서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태생적인 체질 때문은 아니다. 그 것은 앞서 떠오른 '다를 것 없다는 감정'의 진앙이 '현실을 거스를 수 없다는 무기력'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 때문이다. 부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균열이 만들어 낼 새로운 정신의 지형이, 무기력한 타협의 결과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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