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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Nov 15. 2018

.수능 끝 하늘 시작 - Take a breather.

어쨌든, 시험은 끝났으니까







.수능 끝 하늘 시작 - Take a breather.

잠시나마(For a while) | 2016_1009101408 | Digital Photo | LG-F160K | 2448 x 3264 pixel


.마음껏 보지 못했을 한여름의 티 없이 푸른 하늘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

“어쨌든, 시험은 끝났으니까. 누구도 뭐하고 못할 시기니까. 놓치지 말고 누리자. 지금은 마음껏 하늘 좀 보자.”


상당기간을, 끝까지 정도를 걷고자 하는 또는 그럴 수밖에 없는, 녀석들과 함께 했었다. 하늘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빠르게 달리는 수험의 차창으로는 사실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었다. 다만 여전히 우리 머리 위엔 하늘도 있을 것임을, 마치 전설처럼, 전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리저리 넓은 지경을 휩쓸고 다녀야 할 순간들이 한 줄기의 수직을 오르는 도식들로만 채워져야 함을, 녀석들이 이해할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세상 어디에도 그런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녀석들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녀석들은 그 모든 순간들을, 열아홉의 나를 버리고 고3이라는 어떤 수식으로 살아가야 함에 힘겨워했다.


그리고 사회가 던져놓은 현실이라는 일종의 협박 속에서 녀석들은 다급해했다. 그렇기에 더욱더 기성의 현실 말고도 새로운 현실도 존재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일은, 그 들보다 조금 더 먼저 같은 길을 걸었던 ‘선생’으로서 해야 할 책무였다. 하지만 현실이 만들어 내는 압력과 수험이 만들어내는 속도는, 그 들의 마음이 결정되기도 전에 이미, 그 들을 휘몰아쳐 답안지 위로 이끌어 놓았다. 항상, 여지없이. 


나의 목소리만으로는 녀석들의 신음을 대신할 수 없음을, 여실히 깨달은 어느 날 나는, 녀석들 다음에 올 새로운 녀석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여지없이 똑같이 반복되고야 마는 비극을  무기력하게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그렇게 쉽게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녀석들을 답안지 위해 남겨 놓은 채 도망치듯 떠나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시간 속에서 귀가 없는 다른 개구리들과 마찬가지로 녀석들로부터 멀어지고 또 멀어졌다.


그런데 무엇 때문일까. 오늘은 녀석들에게 파란 하늘을 보여주고 싶었다. 수험의 차창으로는 볼 수 없었던, 그렇게 지나쳐 보내고 말았던 그 하늘을 말이다. 그럴 자격은 이미 없지만, 그래도 그들이 허락한다면, 오늘 저녁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지을 ‘사무치게 예쁜’ 그 마음 위에, 가만히 그 하늘을 내려놓아 주고 싶다. 



“힘들었지,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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