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의 수호요정(Genius Loci)
.거인의 머리 위엔 고양이 한 마리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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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놀이터에는 머리 양쪽으로 뿔이 달린 거대한 수호요정들이 있는데, 그 거인들은 차분한 아침이 되면 햇빛에 가만히 나와 서서 언제나 말없이 놀이터를 지킨다. 그 거인들은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것이어서, 자연이 없는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머니가 자상한 목소리로 알려 주셨다. 이를 테면 햇빛을 받는 나무나 덤불숲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모습을 드러내고, 나뭇잎과 모래가 있으면 시간을 따라 움직이는 거인들이 다니기 좋다고 하셨다.
만물이 가장 번성하는 여름이 되면 수호요정들은 모처럼 숲 속 그림자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의외로 다소 앙상한 계절인 가을과 겨울에 더 잘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나뭇잎이 충분치 않은 계절 속의 거인들은 아무래도 다소 야윈 모습이라 때론 무서워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 그 거인의 마음은 보드라운 솜털과 같아서 포근하기 그지없다고, 할아버지는 다정한 목소리로 가르쳐 주셨다.
그런 거인을 어느 겨울날 아침에 깜짝 만났는데, 그 날은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오후로 가는 시간의 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고요해서, 오후로 바삐 가려던 시간조차 가만히 멈추어 서서 어딘가를 한 없이 그리고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가 되면 우리 마을 놀이터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수호요정들의 부드러운 마음 위에서, 마을 아이들의 마음이 한껏 신나게 날아올라 저 하늘로부터 아름답게 재잘재잘 노래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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