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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Jan 11. 2019

.현재現在 - The present.

오아시스를 바란다는 건, 아주 고약한 일





.현재現在 - The present.

현재(現在, The present ) | 2018_0918104106 | Digital Photo | LG-F160K | 2448 x 3264 pixel


.이제 다시 해 아래에 선다. 
생생히 되살아난 현재 위로, 인식 가능한 그림자가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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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사자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프랑스의 한 비행사는 사막에서 곱슬머리 아이를 만났다는데, 이곳에서 나는, 시간을 움직이기 위해서 걷고 있다는 사자 한 마리를 만났다. 그동안의 여정을 묻는 길동무에게, 사자는 오랜 침묵만큼이나 긴 이야기를 한숨처럼 쏟아냈다. 그러나 그 숨결은 흐트러져 사라지는 허망이기보다는 어떤 단단한 의지처럼 단호했다.


“해가 날을 이끌어 밤으로 향하는 것을 이제 기백 번은 봤지. 그런 해를 따라 걷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네. 해는 신기루도 만든다는 것을 말이야. 물론 해가 직접 신기루를 만드는 것은 아니네. 해는 언제나 항상 똑같지. 흠, 그러고 보니 해 아래는 신기루도 있다고 하는 게 더 맞겠군 그래. 어쨌든 오아시스를 바라는 자에게는 어김없이 이 신기루가 나타난다는 건 자네도 알고 있을 걸세. 정말 고약한 일 아닌가. 갈증에 시달리는 이들에겐 말이야. 마지막 기운까지 짜내며 허겁지겁 달려간 이들의 눈에 보였던 것이 허상이라니 말이야. 


나도 처음에는 오아시스를 기대했지. 아니, 사실 쫓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 어느 날 운 좋게 저 멀리 낙타 무리와 상인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혹여 그들이 오아시스로 가는 것이 아닐까 싶어, 가랑이가 찢어질 듯이 쫓아가 보기도 했지.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기로 했네. 괜한 욕망을 쫓다가, 희망을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거든. 시간이 없는 사막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니까. 더구나 그것이 희망이나 믿음 같은 것이라면, 정말이지 생각조차 하기도 싫은 일이야. 그렇게 소중한 것들은 간수를 잘해야 해. 가슴 깊이 잘 품어 놔야 하는 거지. 


하지만 그렇게 단단히 간직한다고 해도, 갈증을 느끼는 자의 가슴은 단 몇 번의 허망함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뚫려버리기 십상 아닌가. 그러니, 오아시스는 쫓는다는 건 정말이지 위험하고 고약한 일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애초에 해 아래로 나와 걷는 건, 나만의 그림자로 현재를 채우려는 것이지 오아시스를 누리기 위함이 아니니까. 나는 이제, 더 이상 오아시스를 쫓지 않을 걸세.”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허망한 오아시스보다는 비록 잡을 수는 없는 것을 알지만 언제나 실제 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걷겠다는 사자의 깊은 그림자에는, 실제로 금빛 별들이 가득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건조하고 변덕맞은 바람에 맞아 흩날리는 그의 연한 갈기가 애처롭지 않게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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