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raw"
"혹시, 아이돌을 그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 그림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느끼던 한 독자의 조심스럽고 따뜻한 조언이다.
타인의 유명세를 이용하는 것. 영리한 일이다. 그러나 관심도 없으면서, 그 유명세를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목적 달성 위한 도구가 아니니까.
'어이구 또 그러네. 굶어 죽는다니까.'
현실은 언제나,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어느 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V'라는 이름에 마음에 잡힌다. V는 내게도 의미가 있는 알파벳이다.
어떤 청년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 사람을 그려서 무언가를 획책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사람을 그리고 싶어서 그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우연처럼 드문드문 마주치며 4달이 지났다. 마음이 좋은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근거로 자신을 설득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왕이면 좋은 마음이 드러나는 모습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만화 형식으로 미화해 버리기에는 아까운 실물을 그려나간다. 그림에서 현장감이 느껴지길 바라면서.
가상현실 같이 화려해 보이는 그들의 삶 역시, 모두가 그런 것처럼 현장감 넘치는 실제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