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raw"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조커(Joker)'라는 영화의 첫 번째 예고편은 그 자체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3분도 안 되는 짧은 영상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매우 강렬했다.
그동안 몇몇 영화 속에서 '조커'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완성도 높은 캐릭터로서 등장했고, 그만큼 연기자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단 한 번도, 조커의 행위와 행동에 감정이입이 된 적은 없었다. 감정은 언제나, 어둠 속으로 향하는 배트맨의 뒷모습에서 움직였다.
그런데 첫 번째 예고편을 보고선, 어쩌면 이번에는 조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도 있겠다는 일종의 기대가 생겼다. 그런 기대를 일으킨 호아킨 피닉스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다른 그림보다 '조커'를 먼저 그리게 만들었다.
그림은 예고편에서 받은 인상을 전하기 위해서, 분장한 조커를 바로 그리기보다, 호아킨 피닉스의 맨얼굴이 보이는, 조커가 되기 전의 아서의 모습을 먼저 그렸다. 그리고 예고편 속에 나오는 그의 대사를 생각하면서 조커의 모습이 되기까지 그려나갔다.
"For my whole life,
I did't know if I even really existed.
But I do."
그리고 내가 그라폴리오에 처음 올린 스토리인 〈존재의 증명〉의 첫 화를 떠올려 본다.
'발가락이 움직인다.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다. 그런데 궁금하다.
아무도 내가 살아있다는 걸 모르는데도, 살아있다 할 수 있는 건가?
누구에게도 인식되지 않는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걸까?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는데도, 그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일까?
살아있고 싶다.'
이제, 아직 보지 못한 이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