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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Aug 07. 2018

최악의 하루 Worst Woman, 2016

거짓말 같은 세상에서 진심을 희망하는 것




【 감상 후기 - 최악의 하루 Worst Woman, 2015 】


* 직접적인 내용의 언급은 없지만,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간접적으로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1. 한 줄 감상 

살아가는 것. 거짓말 같은 세상에서 진심을, 희망하는 것. 그래도 가끔은 해피엔딩인 것.  삶.



2.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이유

예스러운 골목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예쁘게 담았더라고요. 중간중간 등장하는 쉼표 같은, 골목의 모습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딘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가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가보고 싶지 않았은 것은, 실제로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골목이 아름 다워 보이는 것은 골목 자체가 아름다워서 일 수 도 있지만, 그 골목을 담은 시선이 그곳을 아름답게 바라봐서 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 동네에도 그런 곳이 있을지 한 번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아름다운 골목을 말입니다.


저는 이 영화의 주제를 '우리의 사는 모습'으로 봤고, '삶'이라는 단어로 정리해봤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의 메시지로 해석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삶이란 거짓 투성이 이고, 그 속에서 현실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그런 거짓 투성이 같은 최악의 하루하루가 모여 이루어진 것'일 테고요. 그런 삶을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것에 대한 대답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하루 끝에 기대치 못한 행복이 찾아 올 수도 있다는, 그 작은 바람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행복이 비록 소소 할지라도 말이죠. 그리고 그런 행복은 언제나 꾸미지 않은 진짜 소통에서 발견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감상자들이 영화 속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신 것처럼요.


공개된 사진들 중에는 영화속에서 나온 예쁜 골목 장면들을 담은 것이 없어서 아쉽다



3.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

소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보지 않으려던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전히 그렇고요. 양다리와 연기(영화 속에서 거짓이라고 부르는)에 대한 감독의 철학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것이 현실이라고 말하는 평들에도 비판적인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도리를 지키지 않고 살면서, 그러니까 자신도 지옥 같은 세상에 한 몫하면서 그것을 '헬'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또 그 헬이 현실이기에 어쩔 도리 없다는 생각들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마음에는 공감하지만요. 현실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건, 다수가 도리를 지키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4. 만족도

3/5



5. 결국

앞서 말씀드린 바처럼 이 영화의 주제가 '우리의 사는 모습'이라고 본다면,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권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의 하루에,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모습 속에 내포되어있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주제를 통해 던져진 고민거리들을 어떻게 소화해내느냐 하는 것은 감상자 각각의 몫일 것입니다. 


다만 이왕이면 역시 현실은 그렇지 라는 공감으로 결론 내리기 보다는 그 반대 방향으로 고민을 이끌어 가면 어떨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실을, 정치적으로 사는 것보다는 다소 미련해 보여도 진심으로 마주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에서부터 타자에 대한 신뢰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심이 통하는 것을 신뢰라고 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진심에는 '나만을'위한 것이 아닌 '나를 그리고 너를 그래서 우리를'위하는 성숙한 진심을 말합니다. 그런 진심으로 거짓말 같은 세상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걷어 내 버린다면 우리의 하루는 고될지언정 적어도 최악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진심을 한 번도 받지 못한 하루보다 더 최악인 하루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힘든 하루를 마감하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진심으로 이루어진 하루를 보낸다면, 매일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 말 그대로 꿈같은 상상도 해봅니다. 현실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어쩔 수 없는 하루가 아닌, 진심을 서로 용인하고 때로는 온전히 인정해 주는 우리의 하루. 그래서 강제되지 않고 억압되지 않으며 감출 필요도 없는 하루. 진짜 나일 수 있는 하루. 그런 가식 없는 우리의 하루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 사진 출처 :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96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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