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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Aug 03. 2018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 2015

퓨리오사의 길 - Fury Road





【감상 후기 -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Mad Max : Fury Road , 2015




1. 광기 없는 맥스를 마주하며  - 만족도 4/5


매드(mad)를 원했는데 영화의 분위기가 오히려 매너(manner)가 있어서, '매드 맥스'라는 타이틀이 주는 기대와는 달리, 미칠 듯한 박력과 쾌감을 느끼기엔 다소 부족했다.


광기를 원했지만 영화에 광기는 없었다. 현실을 넘어서는 광기보다는, 오히려 미쳐 돌아가는 현실을 차분하게 옮겨 놓았을 뿐이었다. 아쉽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그대로 비유한 것이 아쉽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좋았다. 다만 거기에 '광기'라는 양념이 충분히 들어갔으면 했는데, 그렇지 않았기에 아쉽다는 것이다. 15세 관람가의 한계이든 제작사의 압력 때문이든, 주관적인 관점에서 가슴을 폭발시킬만한 광기는 느끼지 못했다. 아무래도 대중성을 무시할 수는 없기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이야기 전개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초반과 후반의 대칭성이 아쉬웠다. 영화는 전반부에 보여준 ‘수동적 탈피’에서 ‘능동적 쟁취’로의 이행이라는 이야기 방식을, 중반 이후에 또다시 보여준다. 하지만 방법론적으로 같은 이야기의 전개는, 감정의 순응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초반부터 극치까지 오른 자극이 후반에 그대로 또다시 주어지니 자극이 점점 세지기보다는, 오히려 처음에 받았던 일종의 감동마저 무뎌지게 만들었다. 


또 다른 아쉬움은 캐릭터의 적절성 측면이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안타까움'이 별로 없으니 그의 반동인 '환히' 또한 별로 느낄 수 없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폭압적인 임모탈의 모습을, 외모만이 아니라, 그의 정책과 언행에서도 나타내어 주었으면 주인공들의 분노에 좀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저 욕심 많고 인정 없는 노인네 정도로만 보이는 그에게선 어떤 ‘악마적 카리스마’도 느낄 수 없었다.


주인공들 역시 캐릭터가 애매했다. 엄청난 추격전 속에서 고초를 겪긴 하지만 ‘주요 인물들의 강력해 보이는 면모’는 그들의 승리가 당연하게 느껴지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관람자의 입장에선 영화 속 인물들의 환희와 감동에 완전히 공명하긴 어려웠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저 엄청난 고난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능력자 친구들의 여정, 그 영웅담을 보는 기분이었다. 


쉽게 말해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강력하면, 이렇게 쫓고 쫓기는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긴장감이 덜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로 ‘에일리언 시리즈’를 들 수 있다. 1편과 2편의 장점이자 ‘시리즈의 핵심인 긴장감’이,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강력해지는 주인공으로 인해 사라지고 만다.) 그래도 그나마 강력한 액션 덕분에 긴장감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잔인하고 폭압적인 강력한 악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애처로운 주인공들의 연약함을 그에 대비시켰다면 좀 더 인물들에게 몰입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 본다면, 70대 노장의 영화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역동적이며 젊고 자유로운 정신이 넘쳐흐르는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다. 결론적으로 여러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핵심인 완성도는 영화를 즐기기에 충분했기에, '추천할만한 영화'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2. 감상 후 남은 단상들


+ 영화는 고독한 맥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것은 오히려 처절한 현실을 살아낸, 지친 퓨리오사의 이야기다. 또한 거대 담론을 담고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오늘날 모두의 관심사처럼 철저히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게 이 영화는 현실에 분노한 '퓨리'오사의 여정(Fury Road)을 따라가는 영화다. 결국 이 영화의 부제의 번역은 '분노의 도로'(Fury Road)가 아니라 '퓨리오사의 길'(Fury Road)이었어야 한다.


이 영화는 현실에 분노한 '퓨리'오사의 여정(Fury Road)을 따라가는 영화다



+ 마지막에 화면에 떠오른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Where must we go, we who wander this wasteland,
in search of our better selves."
- The First History Man

"이렇게 황폐한 세상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최초의 인류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주제였기에 개인적으로, 희망의 끝에 다다른, 시대에 대한 실망과 허무함 그리고 그로 인한 고독과 같은 것들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그런 부분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그런 주인공(퓨리오사)이 등장했지만, 아무래도 액션에 방점을 둔 영화가 되었기에 그런 고민들이 충분히 이야기될 틈이 없었다. 다행인 건 그나마 액션이 매우 훌륭했다는 점이다.


+ 조금만 더 파괴적이고 억압적이며 그만큼 더 해방감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연출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그 안에서 고독과 허무에 대처하는 광기의 맥스가 서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기대했던 광기와는 다른 의미에서의 'Mad' 맥스의 처연함도 설득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 너무 소비지향적인 말이라 일종의 모순적인 바람이긴 하지만, 19금 관람등급으로 감독 마음껏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영화는 멋지고 잘 만들어졌으며 재미가 있다. 다만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 인류 전체에도 한 나라에도 또한 개인의 성장에 대입할 수도 있는 영화이다. 이는 마지막에 감독이 던지는 화두에서도 알 수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 일부 엘리트들에 의한 '위로부터의 혁명'이 가져오는 이후의 결과가 어떨지는 의심스럽다. 역사적으로 항상 그 결과는 '회귀'였기 때문이다. 준비된 혁명이 아니었던 점도 과연 좋은 결과를 이루어낼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대중들의 지지가 있었지만, 그들 또한 주어진 혁명의 결과를 자신들의 주권을 회복하는데 온전히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들이 정말로 매트릭스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에게 좀 더 호의적인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원한 것인지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 물론 영화는 이런 혁명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닐 것이다.



- 끝 -







* 사진 출처 :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54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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