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하는 여자#16] 지금 동덕여대에서는

세상이 조금 관대해지기를

by 꼰대 언니

본관 점거사태와 돌이킬 수 없는 낙서로 망가진 캠퍼스, 이 여대 출신은 믿고 거르겠다는 공공 기관장의 SNS.

상황은 몇 달째 이어오고 있다.

%EB%8B%A4%EC%9A%B4%EB%A1%9C%EB%93%9C.jpg?type=w773


학교 측은 비상대책위까지 구성하여 "일말의 반성과 책임감 없는 총학생회의 태도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시위가 과했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연일 총학에 불리한 기사를 내놓고 있다. 학생들의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캠퍼스 복구 비용을 수십억에서 백억대로 추정하며 대중을 자극시키면서, 총학을 압박하고 몇몇 학생들을 고소까지 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총학은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대한 사과,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차기 총학생회와 논의, 수업 거부에 대한 출결 정상화 등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본관 점거를 해제하겠다고 다소 누구러졌지만, 여전히 자발적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까지 악화된 상황의 기폭제는 무엇일까?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정치단체에서 총학에 페인트 스프레이 등이 포함된 소위 '시위 키트'와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라는 슬로건을 보내서 시위의 방향성을 먼저 리드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같은 사유로 동덕여대만큼 과격하지는 않았지만, 성신여대에서도 라커스프레이로 인한 캠퍼스 일부의 훼손과 좀 더 온건한 방식의 과잠 벗어 놓기 등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태를 지켜보는 나로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대화의 부족이다.

학교 측은 외국인 남학생 모집 요강을 통보하듯이 시행했고, 이는 학교 측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총학 측은 수업거부와 시위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강압하였다.

사회는 이 여학생들의 상황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혐오에 가까운 시선을 앞다투어 보내고 있다.


대다수에게는 충분히 타협 가능해 보이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지켜야만 하는 절대 가치가 될 수 있다. 이 아이들이 매기는 절대 가치와 학교의 존립이 가능한 변화가 함께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한 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 여햑생들은 고작 스물 남짓의 젊은이들이다. 청춘의 무모하고 거침없던 질주 후에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노는 여자#06] 여자력과 남자 사용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