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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Dec 04. 2020

2. 말레이시아와의 첫 인연

말레이시아와의 첫 인연


  해외에서 일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아예 이민을 가는 것만큼 어려운 결정은 아닐지 모른다. 일정 기간 일하고 돌아올 곳이 있다는 일종의, 고국이라는 안전기지를 남긴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주지를 옮기고, 전혀 새로운 문화권에서 새로운 음식과 기후에 적응하며 얼마간 살아가겠다는 결심은, 나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기존의 인간관계를 남겨두고 새로운 인간관계의 장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지극히 외로워질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예전의 나는 해외에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구체화해본 적이 없었다. 모든 일은 바다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몇 차례 직장을 옮기고, 맞지 않는 업무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회사 동료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온 사진을 보여주었다. 상사의 무차별적인 팀에 대한 폭언 세례가 지나간 후였다. 석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분명 한국에도 석양은 있다. 그러나 내가 발붙일 곳이 없는 것만 같은 한국에서, 석양을 마음 놓고 본 적이 없어 기억에 남는 석양 또한 없었다. 그토록 이완의 느낌을 주는 석양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곧이어 우연인지 지인 역시 코타키나발루 다녀온 후기를 공유했고, 세 번째 코타키나발루 사진을 접했을 때,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코타키나발루로 떠났다.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 그동안 해외여행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 혼자서 무작정 해외로 떠난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여행 관련 책을 보고, 블로그도 보고, 대략 계획도 짰지만, 어딘가 엉성했다. 단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학교에서 단체로 떠난 중국 외에는. 게다가 단체의 주최로 이뤄진 방문이었기에, 자유여행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일주일 이내의 표를 끊었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상당히 부족했다. 거의 벼락치기식으로 준비한 여행이었다. 

 

  코타키나발루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설레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저녁 6시 30분, 맨 왼쪽 A 열에 앉아서, 창밖으로 노을을 보았다. 지는 해를 보았고, 오색 빛으로 설레게 물든 구름을 보았으며, 필리핀 상공을 지날 때는 멀지만 같은 눈높이에서 치는 천둥과 번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다. 익히 알고 있는 자연현상이 눈앞에서 펼쳐지는데도 생경한 감각이 손끝을 타고 올라와 마음을 간질였다. 순간의 감각들을 메모하면서, 뜬눈으로 고공의 밤을 보냈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내렸을 때의 습하고 생경한 기운을 잊지 못한다. 새로운 향, 기운, 습도, 바람이 나를 에워쌌다. 당시 코타키나발루가 매우 인기 있는 관광지였기에, 비행기에서 내려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온 나는 맨 뒷줄에서 입국심사를 기다려야 했다. 여러 비행기 도착 시각이 겹쳐 거의 2시간 가까이 대기했다. 말레이시아어를 당시 하나도 하지 못했기에, 공항에서 말레이시아어로 방송이 흘러나올 때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의 첫 공기를 비로소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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