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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Dec 25. 2020

7. 내가 게을러진 건 날씨 탓일까


‘게으름’이라는 단어에는, 내게 단어 자체만 보아도 느글거리는 게으름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게으름을 발음하는 마지막에 ‘름’ 하며 입술이 다물어지고, 그대로 소파에 누워 기절할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나는 게으름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이전의 나는 게으름이 좀 필요한 사람이었다. 항상 바쁘고, 일하고, 지인들 만나고, 이것저것 활동하느라 바빴다. 물론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이나 독서모임, 운동, 일회성 클래스 등에 다양하게 참여하며, 사람들과 만나며, 내가 나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며 창의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생산성을 따지며 나도 모르게 촉박해지는 느낌을 느꼈다. 반면 말레이시아에서 무엇이든 완벽하거나 빠르거나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조금은 덜한 문화 속에 살다 보니, 나 자신에게 ‘편안한 게으름’을 선사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도 초조한 시간을 보내며 늘어져 있었다면, 요즘에는 쉴 때는 편안히 맘껏 게을러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맘껏 게으름을 누리고 나면,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에 있어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었다. 마음이 덜 조급해졌다. 


  말레이시아에서 산다고 초조함이나 이런 것들이 한 번에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할 기회, 좀 더 여유로워질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달랐다. 오전에 밖에서 느긋하게 로컬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 조금은 느린 속도로 흘러가는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여유, 주변과 비교하기보다는 내 할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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