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자’라는 말을 가족에게서 들어본 게 언제였을까. 현재 해외에 나와 산지 꽤 오래되어, 언제 부모님과 식사를 마지막으로 함께 했는지 가물가물하다. 한국에서 살 때도 우리 온 가족이 다들 각자의 일로 바빴기에, 시간 맞춰서 매번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으며 불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이벤트였다. 아직도 고정된 시간에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친구네 가족들도 물론 있으나, 아무래도 현대 사회가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밥은 각자 해결하는 집이 많은 것 같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밥 먹자’라는 말을 가족들로부터 익숙한 일과처럼 듣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레이시아는 ‘가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고, 밥을 같이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에는 대가족이 많기도 하고, 대도시인 쿠알라룸푸르보다는 이전에 살던 사바의 경우, 일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가서 살거나 결혼해서 새 가정을 가지지 않는 이상 원가족과 다 함께 사는 경우가 꽤 많았다. 밥시간에 맞춰서 부모님이 ‘밥 먹자’하고 부르고,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가 밥때를 놓치지 않도록 잊지 않고 불러주는 느낌이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말레이시아의 MCO(movement control order, 이동 통제 명령)가 자주 그리고 장기간 실행되었기에, 일이나 학업을 일시 중단하고 가족들과 모여 지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근에 사바 주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MCO가 한차례 끝난 후였는데, 놀러 간 뒤로 말레이시아에서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여 다시 CMCO(conditional movement control order, MCO보다는 완화된 조치)가 별안간 발효된 적이 있었다. 친구 만나러 갔다가 해당 조치로 모든 호텔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고, 덕분에(?) 나는 친구네 집에서 장장 2 달이라는 기간을 얹혀살게 되었다. 부모님과 내 친구를 포함한 형제자매들, 이웃집에 살기에 자주 놀러 오는 사촌들까지, 꽤 많은 사람과 함께 했다.
나는 그 집에서 초기에는 하루에 5끼까지도 먹어봤던 것 같다. 밥을 어찌나 자주 그리고 잘 챙겨주시는지, 하루하루가 먹방이고 파티의 연속이었다. 나와 다른 친구까지 해서 2명의 손님이 추가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기본적으로 밥때와 먹는 것을 잘 챙기는 문화가 새삼 신기했다. 식탁에서는 많은 대화가 이뤄졌다. 낮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유하고, 오늘 메뉴는 어떤지, 소소한 농담으로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코로나로 뒤숭숭한 이럴 때일수록 더 서로 얼굴 마주 보고 든든하게 밥 먹었으면 한다는 친구 부모님의 말씀에 내 마음 한 켠 역시 든든해졌다. 각자의 삶으로 바쁘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다 같이 잘 챙겨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말레이시아. 그날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 오랜만에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밥 드셨어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