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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Jan 05. 2021

11. 조직문화, 이렇게 다릅니다

조직문화, 이렇게 다릅니다



사바에서도 일했었고, 현재 쿠알라룸푸르에서 일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는 다국적 회사들이 많고, 조직문화도 당연하지만 회사마다 다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일을 하면서 느낀 느낌이 한국에서의 여러 회사와는 상당히 달랐다. 물론 각 특성이 어떻게 보면 장점이 되고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조직 생활이 대체로 한국에서보다 편안했다. 


우선 사바에서는, 로컬 회사의 경우는 보스와 직원들 간의 관계가 비교적 친근했다. 당연히 공적인 사이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벽이 좀 낮은 느낌이었다. 업무에 관한 부분, 월급에 관한 부분을 논의하는 것도 좀 더 수평적인 느낌이었다. 직원이 회사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 구성원의 일부이며, 일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 대 사람으로서 대하는 느낌이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업무 관련 제언이나 지원이 필요한 부분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전달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물 흐르듯 넘어가기보다, 업무에 필요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선호한다는 느낌이랄까. 이것도 물론 내가 몸담은 업종과 회사에 따라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내가 다녔던 회사 중 아래와 같은 사례가 있었다.



“이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배님들이 이미 정한 내용이니까) 이러이러한 면에서 효율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었다면 위와 같이 대답했을 상황에서, 말레이시아에서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이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상사들이 이미 정한 내용이긴 하지만) 이런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이러이러한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어떨까요?”


팀 내 분위기와 상사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업무에 관해서는 굳이 항상 눈치 보고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 일에 필요한 내역들이나, 직원으로서 요청해야 할 일이 있으면 보다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휴가에 관해서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여름휴가를 쓰는 것에 상당히 눈치가 보였었다. HR 팀에서 각 팀별로 여름휴가 요청 내역을 정리해주지만, 사실은 선배들이 모두 원하는 기간을 정한 뒤, 내 경우는 가장 마지막으로 휴가 기간을 정할 수 있었고, 그마저도 며칠밖에 휴가를 낼 수 없었다. 물론 회사의 바쁜 시즌이거나, 팀 내 사정이 있으면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보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회사가 바쁜 시즌이어도, 적어도 원하는 기간 휴가를 위해 요청을 해볼 수 있었다. 그 이후 회사와 조율하는 것은 다음 문제고. 무조건 선배가 먼저 휴가를 정해야 된다는 압박은 없었다.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말레이시아는 가족을 중요시하는 문화라는 느낌을 자주 받았는데, 여러 종교와 민족의 명절과 휴일을 다 쉬기 때문에, 회사생활을 하는 직원들이 그때마다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나 역시 한국에 있는 가족을 매번 보러 가지는 못하지만, 덕분에 힐링할 수 있는 여유가 늘어서 그다지 팍팍하지 않은 조직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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