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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Jan 10. 2021

14.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와 민족이 혼재된 다문화의 장이다. 이슬람교, 기독교, 불교, 힌두교 외에도 소수민족의 종교들까지 어우러져 있으며, 각 종교나 방사의 대표적인 기념일과 명절을 나라에서 공휴일로 지정해 함께 축하하고 가족과 친구들과 보내며 쉰다. 이슬람 국가라고는 하지만, 다른 종교 역시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간다. 


 ‘다름을 같음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다름을 다름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곳이구나.’


 이것이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체감하게 되는, 말레이시아에 대한 감탄이자 다양성에 대한 단상이다. 한국에 있을 때, 다문화 가정 관련 봉사활동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아이들은 피부색이 달라서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고 차별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에서는 주로 같은 방사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다른 방사가 결혼하여 믹스 컬처의 가족을 이루는 일도 있고, 여러 각 방사끼리 한 나라에 살면서 서로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며 지낸다. 예를 들어, 유일신을 믿는 종교와 힌두교와 같은 다신교는 서로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서로를 바꾸려 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종교의 기념일에 함께 쉬고 축하하면서 각자의 신앙을 존중한다는 것은, 얼마나 평화로운 경지일까. 개인적인 신념이 어떻든 대외적으로 타 종교를 핍박하지 않는다는 것이 성숙하게 느껴졌다.




 말레이시아의 국교는 이슬람교이다. 하지만 다른 종교를 믿을 자유가 있는 나라이다. 무슬림이 아니어도 말레이시아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다. 우리 대한민국은 국교가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워낙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만, 이슬람교가 국교인 나라라고 하면 상당히 보수적일 거라는 편견이 예전에는 있었다.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그런 편견이 깨졌다.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일 경우, 종교 없이 또는 각자의 다른 종교를 가지고 살아가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친구들, 다른 방사의 친구들이 어울리는 가운데, 외국인인 나 역시도 다른 방사의 하나로 여겨졌다. 내 얼굴이 말레이시아의 두순족이나 말레이시아 차이니스의 느낌이 있다고 해서, 게다가 말레이어를 할 수 있어서인지, 종종 로컬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말레이시아에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지는 않기 때문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다양한 방사의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나도 말레이시아의 다문화를 구성하는, 한국인이지만 외지인으로 취급되지 않는, 하나의 구성원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외국인임을 체감할 때는 택스 등 서류 작업 관련된 경우나, IC  카드 제출해야 될 때 여권을 제출하는 순간 정도이다. 내 신분증은 초록색 여권이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IC카드는 방사나 종교에 따라 색깔이 다른 경우가 있고, IC  안에 종교가 기재되어 있는 점이 특이했다. 


 각 방사나 종교마다 주로 먹는 메뉴나 스타일이 다르고, 이슬람교의 경우는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이 있다. 음식에 대해서도 뒤에서 다루겠지만, 이슬람교의 경우 ‘할랄’과 ‘하람’이라고 해서, 종교의 규율에 따라 조리법과 원재료, 제조 공장에서 돼지를 취급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살펴서 할랄 마크가 부여된다. 기성품이 아니어도, 집에서 조리해 먹을 때도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돼지고기는 아예 금기시된다. 반면 말차(말레이시아 차이니스) 중 무슬림이 아닌 경우, 돼지고기 메뉴를 상당히 좋아한다. 내 말차 친구는 한국에 가서 삼겹살 파는 식당이 많아서 그렇게 행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가 무슬림일 경우, 같이 먹는 식탁에서 돼지고기를 아예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무슬림 친구에 따라 아예 돼지고기 파는 식당에 가지 않는 경우도 있고, 팔더라도 아예 다른 메뉴를 시켜서 먹는 친구도 있다. 이런 부분을 서로 이해하고 고려하며, 식당에도 ‘halal’과 ‘non halal’ 이 기재되어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 이렇게 서로의 다름을 다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가 확장된다면, 다름이 이상하거나 부끄럽게 여겨지지 않는, 모두가 다르게 존재하면서도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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