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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Jan 09. 2021

13.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사람들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사람들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하자면, 내 쿠알라룸푸르 베스트 프렌드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니사(가명)과 나미(가명)다. 니사는 무슬림 말레이시안 친구이고, 나미는 나와 같이 외국인 노동자인 일본인 친구이다. 니사는 운명같이(?) 회사 숙소 아래 쇼핑몰에서 만났다. 한국에서는 보통 하나의 명의로 한 개 번호의 휴대전화를 개통하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post pay, pre pay 유심카드를 구입하기가 매우 쉽다. 통신사 점포나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가능한 곳들이 있다. 심카드를 10링깃(3000원이 되지 않는다)에 구매 후, 신분증을 제시하면 간단하게 개통된다. Pre pay 심카드를 기존에 사바 주에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2달 이상 충전하지 않으면 자동 만료된다.  기존 심카드가 만료된 것을 잊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도 새로 심카드를 개통하지 않아서, 회사 숙소 쪽에 도착 후 아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다. 숙소 아래 쇼핑몰에서  잠시 쉬고 있던 니사에게 말을 걸고 도움을 요청했다. 니사는 친절하게 가게의 위치도 알려주고, 언제든 도와주겠다며 번호를 주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낯선 쿠알라룸푸르에서 방황하다가 니사가 일하는 가게에 종종 들러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러면 잠시나마 향수병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나미는 같은 회사 동기로, 처음에 회사 숙소에서 같이 지내며 친해졌다. 말레이시아 거주 경험이 아예 없는 나미는 도비(빨래방) 사용법과 그랩 등록법에 익숙지 않아했고, 그런 나미를 내가 도와주며 우리는 친해졌다. 각자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해 소통해야 했지만, 언어는 인간관계에 큰 장벽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서로 한국어와 일본어도 조금씩 더 알게 되고, 같은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공감대가 있다. 지금은 내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 상태이지만, 아직도 여전히 서로 만나고 맛집을 다니며 외국인으로서의 말레이시아 생활을 나누곤 한다.


 말레이계 무슬림 친구들 외에도, 중국계 말레이시안 친구들도 생겼다. 말레이시아 자체가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며, 부모님이 서로 다른 방사(동일한 국적이나 세부적으로 다른 민족의 개념)인데 결혼하는 경우도 있기에, 그런 경우 자녀들이 영어와 말레이어 외에도 중국어와 따갈로그, 인도의 타밀어 등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위 언어 말고도 다른 방사별 언어들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2개 국어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러 언어가 가능한 부분, 여러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부분은 새삼 놀랍다. 한국은 단일민족 신화가 있던, 여전히 존재하는 곳이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좋다고 하기는 아직 어렵기 때문에, 중국과 필리핀의 문화가 혼재된 내 한 친구네 집에 갈 때 초반에 생경한 느낌을 받았었다. 이 친구의 이름은 지연(가명)으로, 친구네 가족은 한국의 설날과 동일한 날짜인 Chinese new year 명절을 아주 크게 지낸다. 


 지연은 나와 영어와 말레이어를 섞어서 대화하고, 가족들과는 때로 중국어를 쓰기에, 귀동냥으로 잊고 있던 중국어 공부(?)를 하게 되었다. 지연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대체로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사바 쪽에서 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쿠알라룸푸르에서는 한국인 자체가 몽키아라 한인타운 외에는 적게 거주해서 그런지, 중국계로 패싱 되는 경우도 많거니와, 한국인이라고 하면 우선 놀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지연은 트와이스와 방탄소년단을 좋아해서, 아이돌에 큰 관심이 없던 나조차도 지연이와 함께 트와이스 뮤직비디오를 찾아서 보기에 이르렀다. 지연이가 한국어를 섞어서 말할 때마다, 정확한 억양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지연이네 가족들과도 친해져서, 올해 말부터 각종 명절과 가족들 생일파티를 함께 지내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에 제2의 가족이 생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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