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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마 Dec 12. 2020

종강을 앞두고 1학년에게 쓰는 편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올해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몇 자 적어봅니다. 기말평가와 관련한 공지사항이 아니니 당황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


여러분을 처음 만났던 지난 3월, 갑작스럽게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해 제대로 환영인사도 못하고 어영부영 보냈네요. 2학기는 얼굴 보며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코로나가 다시 심각해지는 바람에 이번 학기도 여러분을 두 번밖에 만나볼 수 없게 되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저는 주로 대학원 수업을 맡고, 학부 수업은 패션 기초조형(1), (2)만 맡고 있습니다. 홍익대에 부임해 지금까지 쭉 맡아온 과목이라 그만큼 애착이 많은 강의입니다. 실기수업이다 보니 옹기종기 모여 열심히 작업도 하고 수다도 떠는 사랑스러운 1학년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즐거움을 얻어 가기도 했던 것 같아요. 수업이란 게 지식을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다가 아니잖아요. 가을이 성큼 온 날 아침 수업에는 아이유의 <가을 아침>도 같이 들어야 하고, 재봉틀 작업할 때는 노동요도 틀어놓고 수업하는 소소한 행복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수업 끝나고 뭐 먹으러 갈까 고민하던 여러분들의 수다도 엿듣는 재미도 있고요.


그런데 이번 학기에는 제 마음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과 얼굴을 마주대고, 작업을 함께 고민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참 답답했거든요. 그래서 패션 리서치와 디자인 디벨롭먼트에 집중하해 각자 자유롭게 시도해 보는 것으로 수업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넘어 여러분과 한 명 한 명과 작업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러분들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중간평가 때 여러분들의 리서치 북을 실제로 보고 나서, 제가 대학원생들에게 너네보다 우리 1학년들이 더 잘한다고 타박을 줄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제가 준비한 리서치와 디자인 관련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느껴져 고맙고 뿌듯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작업해 내는 여러분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더 기운을 얻었네요.


지난 수업에서도 말했듯이 뭐가 되었던 작품과 룩북을 완성해서 보여주세요! 이제 와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무엇이든 간에 완성해 내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은 박수받을 만합니다.


요즘 몰려든 기말 과제와 시험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을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물론 제 수업도 여러분들이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 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겠지만요; 하지만 첫 리서치 북과 작품, 룩북이라는 소중하고도 위대한 여러분들의 재산이 곧 탄생합니다. 더 무엇이 필요한가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곧 한 학기를 무사히 마무리할 여러분이 최고입니다!!


그럼 마지막까지 파이팅입니다! 겨울방학 즐겁고 안전하게 보내고, 혹시나 내년에 학교에서 보게 되면 꼭 인사해 줘요. 제가 여러분들 이름은 다 익숙한데, 마스크를 낀 채로만 만나 얼굴을 잘 모르네요 ㅎㅎ 고생 많았고, 여러분들과 이 희한한 2020년 수업에 함께 해서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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