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글쓰기 과업이 주어졌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6개월 안에 호흡이 긴 글들을 써내야 한다. 눈이 펑펑 오던 며칠 전 언니와 출판사와의 첫 미팅을 마쳤다. 예상보다 너무 흔쾌한 반응에 우린 얼떨떨하다가 잠깐 좋아하다가 곧 불안이 엄습해 왔다. 집에 오는 길에 내가 계속 한숨만 쉬었단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 논문을 쓰고 각종 문서들을 작성하고 SNS에도 끄적거리고 가끔 칼럼도 쓰고 해 왔다. 다른 사람에게 승인이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글에는 지난한 과정이 따른다. '한 번만 이 글을 더 보면 정말 토할 것 같은' 순간도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이젠 마음의 지침도 굵고 짧게 끝나는 것 같다. 결과물도 이젠 눈치가 생겨서인지 나에게 재빨리 '오구오구 잘했져~.'라고 해준다. 나는 그럼 어느새 다른 글을 구상하고 또 쓴다.
출판사 대표님은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요 며칠 글을 정말 잘 쓰고 싶단 생각만 가득하다. 타고난 글재주가 그다지 없음을 알면서도 잘 쓰고 싶은 헛된 욕심을 그래도 나는 좀 부려볼까 싶다. 글은 재능보다 땀과 노력으로 쓴다라던가, 엉덩이로 쓴다라던가 그런 말들을 믿고 싶다. 그래서 나는 책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경험하겠노라고 다짐하며 오늘 오전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글을 토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