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만든 아이 옷에서 삶을 짜내는 할머니들, 그리고 내 노후를 비춰본다
커뮤니티 센터 도서관 앞에서 일흔에서 여든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 네 분이 작은 바자회를 열고 있었다.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든 뜨개질 제품들이다. 출품된 제품은 모두 유아부터 취학 전 아동을 위한 옷과 소품이었다. 유아용 니트 옷부터 양말, 모자, 아기 신발까지 종류도 다양했고 색감도 따뜻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건 스웨터였다. 작은 아이가 입을 사이즈의 스웨터인데, 전면과 등판 모두 동물 무늬가 들어간 앙증맞은 디자인이었다.앞면에는 강아지 두 마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고, 등에도 다른 무늬가 더해져 섬세함을 더했다.손뜨개 특유의 포근함과 정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했다.스웨터 한 벌이 25달러. 실값은 물론, 밴쿠버의 시간당 최저임금(17.85달러)을 감안하면 인건비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수십 시간이 걸릴 이 정성이 고작 이 가격이라니, 그저 싸다는 감정보다 ‘이 가격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감탄이 일었다.
하지만 이 바자회는 돈을 벌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할머니들은 그저 자신이 만든 옷을 누군가 입어주는 기쁨.그리고 손을 움직이며 느끼는 삶의 즐거움으로 바느질을 계속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 모습에서 노후의 우아함과 품격 같은 감정을 느꼈다.가진 재능이 여생을 아름답게 비추는 순간들. 취미가 있다는 건 노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과연 나는 70~80대가 되었을 때 어떤 일로 하루를 채울 수 있을까.그때도 무언가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마음에 드는 스웨터 하나를 골라보았다.
앞으로 태어날 손주를 위해 미리 사두자고 아내에게 말했지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옷은 미리 사는 게 아니에요”라는 말에 결국 내려놓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에도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세상엔 정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미술, 공예, 다양한 작업 속에서 자신만의 빛을 내는 이들 틈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나는 과연 어떤 재능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오늘 할머니들의 뜨개질 앞에서 나는 괜히 조금 작아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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