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하는 생명을 위해 기꺼이 지불한 진료비, 반려견은 진짜 가족
어제저녁, 집 근처에 사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키우는 강아지가 기운이 없고 밥도 안 먹으며 축 늘어졌다는 것이다. 가족 모두 당황한 나머지 급히 동물병원 응급실로 향했다고 한다.
말 못 하는 짐승이기에 어디가 아픈지 단정할 수 없어 병원에서는 피검사, 엑스레이, 전신 상태 점검 등 가능한 검사는 모두 진행했다. 하지만 뚜렷한 병증은 발견되지 않았고, 병원 측은 감기 증상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진료비를 계산하면서 지인은 또 한 번 놀랐다고 한다. 총금액은 무려 1,300불. 한국 돈으로 약 13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지인의 강아지는 2년 전, 약 1.500불에 분양받은 암컷 푸들이다. 어릴 적부터 키워왔고, 식욕이 강해 자기 배변까지 먹으려 드는 습성이 있어 늘 눈여겨보던 반려견이었다. 그런 강아지가 밥을 거부하고 늘어져 있으니 가족들은 걱정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적지 않은 진료비지만 아픈 강아지를 위해 당연히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아들의 강아지가 설사를 해서 병원을 다녀왔다. 주사를 맞고 돌아왔다. 진료비는 150불 정도 들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생각보다 진료비가 비싸다’고 느꼈는데, 이번 처남의 경우는 그보다 거의 열 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항목마다 세분화되어 있어, 하나하나가 빠르게 비용이 추가된다. 입원이나 수술까지 이어지면 몇 백만 원은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많은 반려인들은 사람에게 하듯, 강아지에게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 이제 반려견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며 가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제 아침, 나도 감기 기운이 느껴졌다. 목이 따끔거리더니 하루 종일 기운이 없었다. 말을 할 수 있는 인간은 대강 증상을 전하고 약을 먹으면 되지만, 강아지는 그저 축 늘어진 몸으로 고통을 표현할 뿐이다. 그래서 더 안쓰럽고 더 신경이 쓰이는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처남이 카톡으로 보내온 강아지 사진. 언제 아팠냐는 듯 평소처럼 활기차 보였다. 가족 모두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강아지들과 주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늘 느끼는 게 있다. 강아지의 걸음에 보폭을 맞추며 걷는 사람들, 풀숲 냄새를 맡느라 멈춰 선 강아지를 조용히 기다려주는 모습은 하나의 따뜻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무더운 복날 즈음이면 ‘보신탕’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 못하는 반려견에게 수십만 원의 진료비를 기꺼이 지불하는 시대다. 그만큼 강아지들은 우리의 정서 속에서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진짜 가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처남이 강아지를 처음 데려올 땐 150만 원이라는 ‘가격’이 붙은 생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함께 살아온 기억과 정, 그리고 지금의 존재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게 바로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