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들의 반려견, 보더콜리 견종의 Gogi가 오랜만에 집에 왔다. 아들은 친구의 약혼식에 참석해야 한다며, 오후부터 저녁까지 Gogi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Gogi는 우리가 함께 농장에 가서 생후 6주 되던 날 데려온 강아지다. 그 뒤로 2년 정도 우리 집에서 함께 지냈고, 아들이 결혼하면서 함께 집을 떠났다. 그 뒤론 가끔씩 아들이 집에 올 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름은 Gogi. 한국 발음으로는 '고기'이다. 말 그대로 먹는 고기이다. 아들이 처음 이름을 지었을 땐 온 식구가 어감이 이상하다고 반대를 했다. 그렇다고 뜻도 이유도 아직까지 베일에 쌓여있다. 결국 주인의 고집대로 Gogi가 정식 이름이 할 수 없이 가족들은 인정을 했다. 한국인에게는 고기(meat)를 떠올릴 수도 있는 이름이지만, 외국인 친구들에게는 단순히 'Gogi'그대로 이름이었다.
Gogi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방 부식 창고 앞에 앉아 선반 위를 쳐다본다. 선반에는 예전에 가지고 놀던 공은 물론 용품들이 별도의 박스 안에 가득히 남아 있다. “꺼내줘”라는 무언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들 부부가 집을 나서고, 우리 부부도 Gogi와 함께 산책길에 나섰다. Gogi는 어릴 적부터 익숙한 숲길을 행선지를 먼저 앞장선다. 예전엔 사람만 지나가도 덤벼들까 긴장을 놓을 수 없었지만, 이젠 그런 대상엔 관심도 두지 않고, 우리 발걸음에 맞춰 차분히 걷는다
무더운 날씨에 물만 들고 나왔다. 물병을 꺼내 물을 줄 때마다 Gogi는 힐끗 얼굴을 쳐다본다. '간식을 빨리 내놓으라는 눈빛이다. 평소 산책에 간식을 챙겼었다. 산책 과정에 루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Gogi와 애견용품점에 들러 간식도 사줄 계획이었지만, 더운 날씨 탓에 일정을 바꾸어 숲길로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두 시간 가까이 걷고 집으로 돌아와 Gogi는 다시 공을 물고 와 다시 장난을 건다. 아들은 이런 Gogi의 행동을 평소에 단호하게 통제하지만, 우리 부부는 쉽게 마음이 약해져 자꾸 놀아주게 된다. 그런 마음을 Gogi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아내는 냉동고에서 연어 밸리를 꺼내 살짝 익힌 뒤, 비늘을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Gogi가 집에 있을 때 간식으로 주던 음식 중 하나이다. 요즘은 Gogi가 없어 아내가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가끔 연어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 오늘도 Gogi에게 주기 위해 준비를 했다. 저녁밥으로 사료와 함께 섞어 주었다. Gogi는 밸리부터 먼저 골라 먹었다.
연어 밸리는 연어의 뱃살 부위로, 지방 함량이 높고 부드러워 강아지들이 특히 좋아한다. 하지만 기름기가 많아 과하게 주면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어, 적당량만 사료와 섞어 주었다.
저녁 식사 후, 아내와 나란히 침대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데, Gogi도 침대 위로 불쑥 올라와 우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잠시 후, 현관 쪽 인기척에 갑자기 짖기 시작했다. 아들이 돌아온 것이다. 주인의 발소리쯤은 금방 알아차릴 텐데 괜히 짖는 느낌이다.
아들 부부가 들어와도 Gogi는 내 몸에 바짝 붙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데리고 갈 것을 미리 알아챈 것이다. 슬그머니 내 쪽으로 더 파고들면서 미리부터 저항을 하고 있었다.
한국은 요즘 ‘반려동물 1,500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내 전체 인구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로, 많은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캐나다는 한국보다는 개체수가 좀 더 많아 2,800만 정도가 된다. 동물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고양이를 비롯한 특별한 동물을 빼면 거의 반려견이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은 전용 의료보험, 카페, 장례 문화까지 이미 인간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이곳에선 반려동물을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대한다.
우리에게도 Gogi는 단순한 개가 아니다. 물론 사람처럼 언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매 순간 교감하고, 기억하고, 감정을 나눈다. 사랑과 관심을 줄수록 그것을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존재이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일은 때로 번거롭고 피곤할 때도 사실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삶의 틈새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동물이기도 하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은 주는 만큼 전해지고 받는 만큼 되돌려오는 법이다. 그것이 오늘 또다시 Gogi와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다시 느낀 작지만 선명한 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