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맡기고 간 강아지 우리 부부의 산책길이 달라졌다

말대꾸 없는 강아지와 걷는 길, '사람의 말'을 되돌아보다

by 김종섭

아들이 일주일간 휴가를 떠난다고 해서, 어제 아들 집에 들러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아들이 독립하기 전 강아지를 분양받아 3년 동안 우리 부부와 한집에서 살았다. 첫 손주에게 유독 정이 많이 간다고들 하듯이, 생후 6주 된 강아지를 데려와 애지중지 키웠기에 그 정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거실 여기저기를 누비는 강아지의 익숙한 발걸음을 보니, 함께 살았던 시절의 기억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집 안 다용도실 선반에는 강아지가 쓰던 식기와 장난감 일부가 여전히 놓여 있다. 강아지의 귀환이 마치 어제 잠시 집을 비웠다가 돌아온 것처럼 자연스럽고 반갑기만 하다. 아들이 출가한 뒤 한동안 조용해졌던 집 안에 다시 강아지가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자, 집 안 분위기마저 금세 생기로 가득 찼다.


오늘 아침, 평소 아내와 단둘이 걷던 산책길에 강아지를 동반했다. 이 산책길 역시 3년 동안 우리 부부의 발걸음에 맞춰 걷던 길이라 강아지는 우리의 동선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강아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마치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처럼 익숙한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아지가 중간중간 뒤돌아보며 우리 부부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모습에, 마치 가족 여행길에 나선 듯한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부부가 늘 산책하는 공원은 수영장이나 놀이터 같은 부대시설은 없지만, 호수를 중심으로 울창한 숲과 나무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산책로이다. 인근 공원에 반려견 전용 공원이 따로 있어 잠시 방향을 바꾸어볼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우리 부부가 늘 걷던 평범한 숲길을 선택했다.


반려견 전용 시설에서 해방감을 맛보게 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사람의 보폭에 맞춰 숨을 고르며 걷는 ‘느린 동행’이 주는 위안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은퇴 이후의 삶에서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반려견을 떠올린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키워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강아지를 돌보는 일은 어린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 이상의 지극한 정성이 들어간다. 활동성이 있는 견종일수록 매일 같이 산책을 시켜야 하고, 때맞춰 먹이고 씻기는 일련의 과정들은 은퇴 후의 삶에 예상치 못한 활력이 될 수도 있지만, 각자의 성향에 따라서는 묵직한 책임감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강아지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강아지와 눈을 맞추며 교감을 나누는 시간은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은퇴자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마음의 근력이 된다. 우리 부부는 오늘부터 강아지의 산책 시간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는 규칙을 다시 갖게 되었다.


산책 내내 앞서가는 강아지의 뒷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이제 반려견은 동물의 범주를 넘어 가족 구성원이라는 존재감을 가지게 된 지 오래되었다. 강아지가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사람처럼 날 선 말대꾸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세 살배기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에는 마냥 예쁘다가도, 나이가 들어 말대꾸를 시작하면 고운 정과 미운 정이 교차하는 법이다. 우리네 인간관계도 늘 과한 말 때문에 어긋나곤 한다. 가깝다는 이유로 내뱉은 조언이 간섭이 되고, 애정이라는 핑계로 던진 말이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만약 강아지조차 사람처럼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며 자기주장을 펼쳤다면, 인간과 이토록 끈끈하게 공존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말을 할 수 없기에 오히려 더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묵묵히 보폭을 맞추며 곁을 지켜주고 나의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주는 존재.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과 온기만으로 모든 대화를 대신하는 반려견 덕분에 우리 부부의 산책길은 강아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까지 넉넉해졌다.


아들이 돌아오기까지 남은 일주일, 강아지와 함께하는 이 시간은 우리 부부에게 사람 사이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 될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강아지와 함께 걷는 동안, 서로에게 건네는 말의 무게를 다시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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