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을 털어낸 고요한 거실, 아이가 남기고 간 행복의 잔상들
강아지가 다시 아들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오전 마지막 산책을 마치고 욕조에서 목욕을 시켜주었다. 중 대형견이라 목욕보다 털을 건조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어쩌면 아쉬운 마음에 배웅의 정성을 목욕으로 표현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강아지를 데려가겠다던 아들의 일정이 바뀌었다. 아들은 엄마와 별도로 할 이야기도 있다고 하여, 아내 혼자 아들 집까지 강아지를 데려다주고 왔다.
강아지가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들었을까. 아내가 옷을 차려입고 나섰는데도 녀석은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항상 우리 집에 오면 가기 싫어하는 녀석이다. 보더콜리가 견종 중에 제일 영리하다더니, 정말 우리 대화를 엿듣고 알아차린 기분마저 든다.
강아지가 떠난 자리, 집안에 떨어진 털을 치우기 위해 진공청소기와 물걸레로 한바탕 청소를 했다. 청소를 끝내니 집안 전체에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왠지 빈집 같은 허전함에, 떠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벌써 녀석이 보고 싶어진다.
일주일 동안 강아지가 머무는 동안 우리 부부는 최선을 다했다기보다, 애정을 마음껏 베풀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아내는 냉동해 두었던 연어를 꺼내 매 끼니 사료와 섞어 먹였고, 강아지가 좋아하는 단호박을 간식으로 챙겨주었다.
하루 일정은 강아지의 산책 코스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녀석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했다. 덕분에 아내와 일주일 동안 외식을 하지 않아 외출비를 아꼈다며 한바탕 웃기도 했다.
저녁이면 침대 위 한쪽을 제 자리인 양 점령했다. 한국에서는 중 대형견을 마당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 캐나다에서는 가족처럼 집 안에서 함께 생활하기에 침대 위를 공유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아내는 강아지의 식기까지도 항상 깨끗하게 설거지하며 정성을 다했다.
일주일 동안 강아지는 우리에게 큰 행복을 주었다. 어떤 구체적인 행동 때문이라기보다, 어쩌면 어린아이 같은 그 순수한 존재 자체가 우리를 웃게 했다는 말이 더 솔직할 것이다. 하지만 강아지를 진심으로 사랑으로 대하다 보면 분명한 교감이 생겨난다. 녀석은 주로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지만, 때로는 눈동자로 백 마디 말을 대신하곤 했다. 반려견에게 쏟는 애정만큼 서로 맞닿는 순간이 늘어가는 것을 느낀다.
일주일 동안 참 많이 웃게 해 주고 떠난 것 같다. 행복했던 시간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잠시 글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