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숲을 걷는다

일보다 삶, 사랑보다 의리로 걷는 길

by 김종섭

숲으로 가는 이유는 걸으며 삶과 대화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내와 함께 숲길을 걸었다. 아내가 아니어도 누군가와 걸으면, 숲은 평소와 다른 이야기를 건네준다.


삶에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미묘한 방정식이 존재했다.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사는가’도 비슷한 질문이다.


숲길을 걸으며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 나는 사람은 일만 하다 죽는것 같다면서 “삶은 곧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바로 말을 고쳤다.그럴때의 표현은 “일은 삶이다”이 맞다고 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문제와 다르다는 것이다.

‘일은 삶이다’는 표현은 일에 삶이 온전히 포함되어 있지만, ‘삶은 일이다’는 일이 삶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표현이 달라야 한다는 뜻이었다. 생각해 보니 아내의 말이 맞았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삶에는 일이 포함되지만, 일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여가도 즐긴다. 나는 가끔 일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려 한다. 그러다 보면 몸과 마음이 병들고, 남은 시간을 힘겹게 보내다가 세상과 이별하게 된다는 엄연한 사실도 알고 있다.


요즘 갑작스럽게 아내가 아프다. 만성 허리 통증에 고관절까지 전이되어 걷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결국 예정했던 은퇴 시기를 한 해 앞당겨 은퇴하기로 했다.


오늘도 힘겨운 발걸음을 숲으로 옮기며 재활의 의지를 보였다. 갑작스러운 건강 적신호에도, 두 아들은 엄마에게 위로 전화를 걸었고,

“아빠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는 말에 아내도 조금은 힘을 얻었다고 한다.


부부가 나이 들면서 함께 있는 이유도 달라진다.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단어보다는 ‘의리’라는 현실적인 말이 더 어울리는 시기다. 아플 때 옆에서 정성 어린 간호를 하는 일이 더욱 소중해지는 시간이다.


숲에는 집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함께한다는 매력이 있다. 숲이 있기에, 그곳에 있기에 발걸음이 향한다는 말만으로도 충분히 이유가 된다.


서로의 시선보다 발걸음 속도를 맞추며 걷는 숲길 같은 동행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오늘은 숲길을 걸으면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산책 전, 페이스북에서 몇 년 전 추억의 사진 한장이 전해졌다. 그 사진을 보며 나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는 모습은 늙어 보이고 내 모습 같지 않아 싫었는데, 오늘 사진을 찍으며 그때와 똑 같은 심정을 다시 떠올렸다. 결국 오늘 찍은 이 사진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시간”임을 깨닫게 되면서 오늘처럼 다시 그리워할 순간이 될 것이다.


숲은 새로운 꿈을 만들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말들이 머무는 곳이다. 부부가 함께 숲을 걷는 이 순간들이 우리 삶에서 가장 빛나고, 가장 젊은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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